이달 초에 조선업체 관계자분들과 함께 거제도에 있는 몇 개 조선소의 공정운영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출장을 간 적이 있다. 한국조선 선도기업들의 공장여건과 공정운영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울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거제도에서도 복잡한 조선공정을 계획하고 관리하기 위해 공정운영 담당자들이 부단히 노력도 하고 고생도 많이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소의 작업 공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배가 한 척 완성되는데 8~9개월 정도가 소요될 만큼 많은 작업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공정을 가진다. 선박을 구성하는 수만개의 부재들이 이러한 복잡한 공정을 거쳐 제대로 조합되도록 하는 업무를 사람에 의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조선소에서는 이를 위해 일찍부터 계획 및 관리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정보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 조선소에서의 정보화 사업은 70년대의 조선 초창기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근래에는 기존의 부문별 정보시스템을 통합정보시스템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5년 이상을 새로운 통합시스템 구축을 위한 조선 CIMS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현대미포조선의 경우도 약간 늦기는 했지만 통합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화 마스터 플랜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보화 사업 추진은 국내의 조선 각사가 공동보조를 맞추어 진행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소의 정보화 추진은 이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최근의 새로운 정보기술(IT)의 발달과 더불어 그 추진속도를 더하고 있다. 그래픽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IT기술들을 조선소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고 전담부서들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IT전담부서들은 빠른 속도로 새로운 IT기술을 채용한 시스템 구축을 역설하고 정보화에 뒤쳐지지 않도록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소 IT전담부서들의 새로운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 와중에 약간은 우려되는 현상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단이어야 할 정보화가 목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8년 6월 29일자 한국경제신문에는 "정보화투자 효과 못 보는 3가지 이유"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업무개혁의 수단이어야 할 정보화가 목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조선소 일각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관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 정보화가 추진되는 이유가 정보소통의 원활화에 있고 이를 통해 관리가 좀 더 정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정보사용자들을 위한 정보지원 체계로 자리매김해야 할 정보화에 정보사용자들이 소외되는 기현상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달 초에 방문했던 한 조선소에서 공정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DOS 프로그램을 아직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IT기술로는 이미 퇴물이 돼 버린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용한 정보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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