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경제부 기자

“‘창조경제’ 간판은 바꿀 수 있지만 그 역할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존폐 여부와 향후 변화상 등을 취재하고자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을 때 권영해 울산센터장은 간곡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창조경제의 방법론이 적합하지 않다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없는 무조건적인 비판과 폐지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싼 외부의 여러 비판적 시각에 대해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권 센터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존치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A4용지 3장 분량의 글을 보여주며 창조센터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은 졸지에 적폐 대상으로 몰리면서 그 존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창조센터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인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으로 국정농단과 연계된 적폐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데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던 중소벤처기업부(현 중소기업청) 신설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으로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으나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과 경제계 안팎의 시각이다.

사실 창조센터는 출범 초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역별로 대기업과 연계하면서 대기업에 할당을 강제하고 목표를 채우는 방식으로 이뤄진 태생적 문제점부터 안고 있었다. 여기에 중소기업청이나 테크노파크, 대학 등과 중복사업이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울산센터는 특히 전국 18개 센터 중 15번째로 늦게 출범한데다 타 지역 센터들과는 달리 준비가 미흡해 처음에는 울산벤처빌딩 내 임시거처(융합마루)를 마련, 이후 현재의 창조마루(울산대 공학5호관)와 이원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불편을 겪었다. 또 전담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불황속에 경영난을 겪으며 조선분야의 성과는 미흡했고, 이런 상황에서 초대 박주철 센터장은 1년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는 등의 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울산센터는 출범 후 줄곧 곱지 않은 시각을 받아왔다.

그러나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1년여의 짧은 시간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92개사 창업 보육을 비롯해 137건의 중소기업 혁신 지원, 244억원의 투자유치, 720건의 법률·금융·특허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을 했다. 또 가족기업 가운데 케이랩스 등 5개 기업은 미래부 주관 ICT 유망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이엔큐원터치의 ‘원터치 그라인더’ 등 3개 제품은 전국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상품 인증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기업 중심 제조업에 편중된 울산지역 산업구조 하에서 IT·벤처업종의 청년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지역의 미래 신산업 토대를 마련하는데 일조한 점은 창조센터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를 자부하는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3대 주력산업이 성장정체 및 위기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새 정부 출범 후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나 창조경제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차형석 경제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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