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비리 고위직 배제’ 대선공약이
새정부 내각 인선에 부담으로 작용
인사 실패가 정권의 위기가 돼선 안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지난 5월10일부터 새로이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출범했다. 새정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도 자못 크고 진지하다.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정권의 초기에 총리 및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태풍의 눈이 되었듯이 문재인 정부 초기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언급했던 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위장전입 등 5대비리 고위직 원천배제 기준이 정권 초기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정하자는 명분으로 우회하면서도 공약의 후퇴는 아니라고 강변하는 청와대의 모습이 매우 어색하다.

대통령은 널리 인재를 구하고, 적재적소에 그 인재를 활용해 국리민복을 증진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라면 누구나 기준을 엄격하고 높게 잡아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재를 발탁하고 싶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인사는 만사’라는 경구가 늘 있었지만 이상적 기준과 극단적 논리는 언제나 부메랑처럼 정권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기준을 새로이 정하든지, 아니면 헌법에 그 근거가 없고 실익이 없는 (총리를 비롯한 빅4를 제외한)장관급 인사청문회 제도를 폐지하든지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구호로 한껏 높여놓은 국민의 인사 기준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일까? 아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고위직 인사들은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법을 지키면 그것이 곧 자신의 무능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 법을 지키지 않고 ‘내가 전화 한통화로 해결하면 된다’고 호언하면서 이를 증명하는 것이 자신의 권력이 과시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중견급 또는 실무자급 관료가 법과 규정을 들어 장관에게 불가론을 펴려면 그 공무원은 스스로의 진퇴를 걸어야 한다. 그런 조직이나 사회는 병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향이 있는 자들은 대부분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경향이 있다. <전국책(戰國策)> 소해휼(昭奚恤)의 고사처럼 힘있는 자를 배경으로 위세를 부려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자들이 모두 그러한 부류다. 호가호위는 남이 받아주지 않으면 안 통할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소위 ‘최순실의 국정농단’도 그런 맥락에서 일어난 것 아니었나.

그리고 이러한 부류는 대부분 남의 공을 가로채는 경향이 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개자추(介子推)의 고사에서 연유된 탐천지공(貪天之功)은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로 남아 있다. 망명 중 고단한 진(晉) 문공(文公)에게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잘라 고기를 먹도록 할 정도로 충성을 다한 개자추의 논공행상까지도 간신들에 의해 가려지고 배제되지 않았던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자들이 온갖 논공행상에서 앞자리를 차지하고, 묵묵히 자신의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한 이들은 배제당하는 것을 넘어서서 문책당하는 상황은 지도자가 잘못해서 생기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인사의 실패가 정권의 위기로 악화되고 정권의 위기가 국가의 실패로 연결되게 된다. 그렇다면 인사에 있어서는 처음에 인격과 도덕성, 자질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 적합한 사람을 고르되 임명 후에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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