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헌혈왕 오상준씨

▲ 울산에서 지난 18년간 총 338회 헌혈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헌혈왕’ 오상준(왼쪽)씨가 5일 울산대학교 헌혈의 집을 찾아 헌혈을 하고 있다.

“아들 자라면 헌혈의 기쁨 함께 하고파”
수혈 필요한 환자에 헌혈증 나눠주기도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에 시장표창 받아

0.5ℓ의 피는 3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티 스푼 정도의 피로는 한 아기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헌혈자들의 피는 ‘생명’이다. 헌혈이란 헌혈자들이 수혈자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헌혈왕’으로 불리는 오상준(35·울주군 온양읍)씨는 지난 18년간 정기적으로 헌혈, 총 338회의 헌혈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오는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울산시장 표창을 받는 오씨는 “첫 헌혈을 했을 때는 고등학교 1학년때다. 친구 권유로 중학교 3학년 때 헌혈을 하려고 했지만 나이제한 때문에 할 수 없었다”며 “그 이후로 인생의 절반인 18년을 헌혈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운을 뗐다.

현재 오씨는 S-OIL에 다니며 현장 오퍼레이터(운전원)일을 하고 있다. 4일 일을 하고 하루 쉬는 패턴인데 쉬는 날에는 꼭 헌혈하는 일정이 빠지지 않는다.

오씨가 이렇게 정기적으로 헌혈로 남들을 돕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군대가기 전에는 헌혈을 자주 했던 건 아니었다”며 “제대 후에 우연히 군대 선임에게 연락이 왔다. 지인이 아파 많은 헌혈증이 필요하다고 하길래 그간 모아놓은 100장을 한꺼번에 줬다. 그때 내가 마치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제까지 300회 넘게 헌혈을 했지만, 헌혈증서를 한 장도 갖고 있지 않다. 주위에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모두 무상으로 나눠줬다.

오씨는 “다른 사람들 도와주는 것도 물론 좋지만, 6년 전 태어난 아들에게 평범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사회에서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나중에 아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씨는 6살된 아들이 “나중에 커서 저랑 함께 헌혈하러 가요”라고 말할 때도 내심 뿌듯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에게 헌혈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주니, 자연스럽게 교육도 되는 것 같다”며 “주위에서 ‘헌혈에 미쳤다’는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다들 인정해주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해준다”고 웃었다.

헌혈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그는 “헌혈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은 것 같다. 여전히 저도 주사바늘을 꼽으면 아프고 적응되진 않지만 18년동안 꾸준히 했는데 이상없다”며 “피 뽑히면 몸이 안좋아진다, 아프다 하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니 안심하고 한 번 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씨의 목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70살까지, 총 1100번을 헌혈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계산을 해봤는데 2주에 한번씩 꾸준히 하면 향후 35년간 700번 넘게 헌혈을 할 수 있더라”면서 “헌혈을 계속하려면 몸이 건강해야 하고 가족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몸관리를 계속 꾸준히 하면서 헌혈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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