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청이 추진하고 있는 다운역사공원 조성사업이 원점을 맴돌고 있다. 중구청은 지난 1993년 이후 4기의 고인돌과 180여기의 무덤을 비롯해 토기, 철기, 장신구 등 청동기·삼국·통일신라시대의 유물 800여점이 발견, 2009년 역사공원으로 지정된 다운아파트 뒤편 18만5100㎡를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2014년 완료된 조성용역을 통해 근린생활 문화지구, 훼손지 복원지구, 교육·체험지구 등을 2018년까지 조성한다는 세부 계획까지 밝혔다. 차밭이 많아 다전(茶田)으로 불려진 예정부지의 역사적 의미를 감안, 고분군과 차를 테마로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역사문화자원을 보존·활용하고 휴양·체육시설을 확충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면서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4년 조성 용역을 끝낸 뒤 지금까지 관련 예산을 한푼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울산시 지방재정 투자심사 결과에서도 재원확보 방안이 수립되지 않아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중구청의 추진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다운역사공원 조성을 위해서는 부지매입비 34억원을 포함해 총 99억원이 필요하다. 사업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부지매입비 확보방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성계획만 밝힌 격으로, 통상적인 사업추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3년 가까이 무엇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중구청은 뒤늦게 내년부터 부지매입비를 일부 확보, 부지매입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뒤 공사비는 개발제한구역 환경문화사업 공모사업으로 신청해 국비 90%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구청 관계자가 “부지매입에만 34억원이 들어가는데 전액 구비로 추진할 수밖에 없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다운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심도있게 검토해 사업추진 방향을 다시 세워나가겠다”고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할 수 있는 멋진 체험·역사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온 주민들로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유적지로, 복원·조성 여부에 따라 관광자원으로도 활용, 서민 상권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졌던 터였다. 지금 주민들 사이에서는 중구청의 사업추진의지에 대한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현가능성없는 사업추진계획으로 주민들을 현혹,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까지 품고 있다. 사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확실한 입장표명과 함께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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