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 말한 적 있니? 지나온 시간들/얼마나 기뻤는지/고마워 우리함께 걷는 길/고마워 두근대는 풍경들 사이로/네가 있어서 난 행복해 ♬”

“에디 킴 아니야? 에디 킴. 대박! 여기 태화강 십리대밭 길 아니야?” “에디 킴 맞네! 음악이 너무 좋다. 이렇게 보니 울산도 너무 좋다야.”

무료한 일요일 오후.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옆 테이블의 여고생들이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가수 에디 킴의 울산홍보영상을 보며 뿌듯해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시선이 계속 그들의 휴대폰 영상으로 향했다. 주책맞다고 느낄까봐 뭐냐고 물어보지 못하고 여고생들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유튜브 검색을 통해 찾아보았다.

올해는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 되는 해이다. 앞에서 처럼 울산 방문의 해 홍보영상을 비롯해 각종 매체를 통해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로 시름에 잠겨있을 때 광역시 승격이라는 기쁨을 느끼면서 지난 20년간 울산은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위’ ‘대한민국 산업수도’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지켜왔다.

나는 나고 자란 고향 울산을 떠나 첫 교직생활을 타지에서 보냈다. 외국가면 애국자가 되고 고향을 떠나면 동향 사람만 보아도 반갑다고 하듯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산업수도 울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치 울산대표인 냥 뿌듯해하며 수업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올해는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이지만 한편으론 울산교육에 있어서 1997년 광역시교육청이 개청 이후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한 원로 교육계 선배는 본인의 교사 시절에 비해 학습기자재의 선진화, 교사의 전문성 향상 등 교육환경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흐뭇해 했다. 괄목할만한 성과도 많아 시·도교육청 종합평가 우수교육청 선정, 중·고등학생 학생학력 전국 최고 수준 등 눈에 보이는 양적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은 충분히 칭찬하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경제적 논리나 평가결과보다는 아이 개개인의 행복과 바른 인성을 지닌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놓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배움을 악용하거나 배움을 통한 자신의 지위와 재력을 남에게 휘두르는데 사용하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교직에 있다 보면 내가 가르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이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알려주어야 하는지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먼 훗날 이 아이들이 찾아와 “선생님이 준 가르침은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꽤나 괜찮은 가르침이었군요”라고 말해주기를 소망한다.

울산교육도 그랬으면 한다. 지금 이순간의 가시적 성과나 평가보다는 희망과 감동을 주는 행복교육도시 울산이라는 슬로건처럼 20년, 40년이 지나고 교육계 자체적인 평가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입에서 “그래, 지난 시간동안 울산교육 꽤나 괜찮았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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