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광역시 중 울산과 인천만 없어
공정한 재판권보장 헌법정신 위배
조속한 유치 위해 함께 힘 모아야

▲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올해는 울산광역시로 승격된지 만 2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그간 울산은 시민, 행정, 기업, 정치권 등의 노력으로 환경과 산업이 공존하는 살기 좋은 도시로 부상했고, 각 부분에서 어디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도시 인프라가 구축됐다.

아울러 사법기관도 1907년 구 재판소가 설치된 이후 부산지방법원 울산 출장소(1924년),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1980)을 거쳐 광역시 승격에 발맞춰 울산지방법원(1998년)으로 출범했다. 2014년에는 옥동 남산 기슭에 지상 12층 규모의 웅장한 신청사가 건립, 신설된 소년부와 내년 개원 예정인 가정법원의 공간도 마련됐다. 울산지원 당시 5명 정도에 불과했던 법관도 50명 수준에 이르면서 헌법상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의 구현을 위한 사법인프라도 급속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가 아직 그 결론을 못보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울산시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및 가정법원 울산유치위원회’를 설치해 10만 서명운동 등 등 범시민 유치 운동을 전개한 결과 가정법원 유치는 성공, 내년 3월 개원 예정으로 있으나 원외재판부 유치는 결렬되고 말았다.

고등법원원외재판부라는 것은 고등법원에서 담당해야 할 2심(항소심)사건을 부산고등법원 청사에서 재판하지 않고, 울산지방법원에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해 재판하자는 것으로 일종의 고등법원 분사무소 개념이다. 전국적으로 고등법원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소재하고 있고 수원은 2019년 개원예정이다. 고등법원원외재판부는 춘천, 창원, 청주, 전주, 제주에 설치돼 있어 광역시 중에서 고등법원 재판부가 없는 곳은 인천과 울산뿐이다. 국민들이 억울하게 권리 침해를 당했을 때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하는 곳이 법원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국민들이 공정, 신속, 편리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울산에서 부산으로 재판을 받으러 가려면 교통난과 주차난으로 시간과 경비가 엄청나게 소요될 뿐 아니라 증인과 사건 현장이 울산에 있으므로 증인출석이 힘들거나, 재판부가 원거리 현장검증을 꺼리는 등 재판의 핵심인 증거수집의 어려움으로 공정한 재판을 해칠 우려가 있다. 또한 부산의 법관들이 울산 사건을 재판하다 보면 지역 실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공정한 잣대로 재판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울산 시민이 연고가 없는 부산지역에서 자신의 명운이 걸린 항소심 재판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러 다니다 사건 브로커를 잘못 만나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설치는 본질적으로 지역 변호사들의 문제가 아니고 울산시민들의 공정, 신속, 편리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직결된 것이고, 국민들의 권리구제에 관한 헌법 정신의 구현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대법원 행정처에서 스스로 만든 내규를 들어 사건수가 조금 미달한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국민들의 공정한 재판권을 보장한 헌법정신을 스스로 훼손하는 태도라 할 것이다. 장미대선을 통해 출범한 현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인권보호를 중요한 국정 어젠다로 삼고 있는 만큼 국가 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인한 인권 침해 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의 소극적 행사로 인한 시민들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울산변호사 협회에서는 올해 그간 가정법원 및 고법원외재판부 유치 범시민 운동을 이끌어 온 정희권 전 울산변협회장을 중심으로 고등법원원외재판부유치위원회를 재발족하고 예산을 반영했다. 또한 인천변호사협회도 정치권과 대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범시민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울산시민들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찾기 위한 일인 만큼 지역 변호사회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울산시, 지역 정치권의 관심과 동참을 촉구하며, 특히 이번 대선에서 울산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은 새 여당 정치인들의 활약으로 울산의 사법 인프라가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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