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이해당사자 의견 직접 수렴” 고삐

▲ 이통 3사, 통신 기본료 폐지 논란.

통신사 “기본료 폐지만은 안 돼” 한목소리…분리공시는 검토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통신업계가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그동안 시장 상황과 미래사업 투자 등을 이유로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을 피해왔지만 새 정부가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어떻게든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기본료 폐지만은 어렵다는 게 통신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번 주말까지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공약에 대한 이행방안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전날에는 “미래부가 통신비 인하 공약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김용수 신임 차관의 임명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정기획위는 이동통신사와 소비자단체 등 통신요금 관련 이해당사자를 직접 만나면서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미래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국정기획위가 직접 나서 통신비 인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정기획위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통신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래부는 업계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통신비 인하의 핵심인 기본료 폐지에 여전히 난색을 보이고 있다.

월 1만 1000원 상당의 기본료가 일괄 폐지되면 일제히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4G 요금제에 기본료 항목이 없고, 시장경쟁 체제에서 정부가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반대 근거로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본료 항목이 있는 2G와 3G 요금제만 기본료를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상자가 적어 국민 부담 경감이라는 애초 공약 취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기획위 역시 2G와 3G뿐 아니라 4G 가입자에게도 인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늘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료 폐지로 인한 손해분을 만회하기 위해 단말 지원금과 기타 요금할인 혜택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20% 요금할인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이미 월 1만 1000원 이상을 할인받고 있던 6만 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자는 할인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오히려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새 정부는 단말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리공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휴대전화 구매 고객에게 지급되는 제조업체의 지원금과 이통사의 지원금을 별개로 공시하는 제도다.

현재는 제조사의 지원금을 이통사의 단말 지원금에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전체 단말 지원금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로 알려졌다.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인 LG전자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도입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단말 지원금뿐 아니라 휴대전화 제조사가 이동통신 유통망에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리베이트)도 공개하자는 의견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

통신업계는 마케팅 비용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도입을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변수는 남아있다.

또 다른 공약인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는 9월로 예정된 시점을 앞당기는 수준이라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료 폐지는 마땅히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괄적인 통신비 인하보다는 소외계층 요금제 지원과 다량 데이터 사용자를 위한 데이터 공유 확대 등 고객 맞춤형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