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용역업체 선정과정에서부터 용역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업체측이 울산시종합건설본부에 제출한 용역포기서에 ‘수자원과 전기 등 분야의 설계실적이 없어 용역 마무리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적격업체 선정을 위한 능력검증부터 부실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용역업체가 수개월째 용역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재발주 등 행정 낭비를 우려해 7차례에 걸쳐 공정만회계획 수립만을 촉구했다고 하니 무사안일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당시 상방지하차도 통행 제한으로 납품지연 등에 따른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 산업계로서는 또 다시 같은 일을 겪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달 울산시는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공공시설 재해복구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국고보조금 등 10억원 이상 대형공사 10건 495억8800만원의 예산을 확보, 사업(11일 현재 공정률 51.9%)을 정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재해복구사업 지연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민심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시는 또 울주군 지역 지방하천 복구공사와 10억원 이상 대규모 사업장을 제외한 구·군 재해복구사업 896건(1272억원) 중 886건에 대해선 6월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실태파악을 통한 것이라 믿고 싶지만 한켠에서는 의심이 싹튼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그저 상방지하차도와 같은 경우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랄 뿐이다. 부실한 재해 관리및 대책으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경험했던 울산 시민들이다. 악몽과도 같았던 ‘차바’의 후유증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시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살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