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 재해복구행정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입고 나흘가량 전면 통제돼 7번국도(산업로)를 오가는 물류흐름에 지장을 줬던 북구 상방지하차도 태풍피해복구공사가 실시설계용역상태에서 중단, 원점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종합건설본부가 지난 1월25일부터 5월24일까지 약 5개월간 ‘상방지하차도 태풍차바 피해복구공사 실시설계용역’을 시행키로 하고, 용역업체를 선정했지만 해당 업체의 용역포기로 공사착수는커녕 본격적인 우기를 앞둔 6월 현재까지도 기본적인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태풍 차바 피해와 관련, 정부가 6월 중순에 시작되는 우기전 완공을 목표로 고삐를 죄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울산의 대표적 피해 도로시설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울산시의 재해복구행정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용역업체 선정과정에서부터 용역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업체측이 울산시종합건설본부에 제출한 용역포기서에 ‘수자원과 전기 등 분야의 설계실적이 없어 용역 마무리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적격업체 선정을 위한 능력검증부터 부실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용역업체가 수개월째 용역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재발주 등 행정 낭비를 우려해 7차례에 걸쳐 공정만회계획 수립만을 촉구했다고 하니 무사안일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당시 상방지하차도 통행 제한으로 납품지연 등에 따른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 산업계로서는 또 다시 같은 일을 겪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달 울산시는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공공시설 재해복구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국고보조금 등 10억원 이상 대형공사 10건 495억8800만원의 예산을 확보, 사업(11일 현재 공정률 51.9%)을 정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재해복구사업 지연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민심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시는 또 울주군 지역 지방하천 복구공사와 10억원 이상 대규모 사업장을 제외한 구·군 재해복구사업 896건(1272억원) 중 886건에 대해선 6월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실태파악을 통한 것이라 믿고 싶지만 한켠에서는 의심이 싹튼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그저 상방지하차도와 같은 경우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랄 뿐이다. 부실한 재해 관리및 대책으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경험했던 울산 시민들이다. 악몽과도 같았던 ‘차바’의 후유증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시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살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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