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해 일할 장·차관 가려내는 역할
인사청문회가 정치공세 수단으로 전락
흠집내기보다 제대로 일할 사람 가리길

▲ 이재명 정치부장

5·9장미대선이 치러진지 내일로 꼭 한달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법무부와 통일부 등 6개 부처에 이어 6일에는 외교부,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의 차관을 임명했다. 정부는 아직도 17개 부처 가운데 12개 부처의 수장을 지명하지 않은 상태여서 앞으로 인사와 관련한 여야간의 치열한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조직의 성공여부는 인사에 달렸다. <맹자> 공손추장구에 ‘현자재위 능자재직 국가한가(賢者在位 能者在職 國家閒暇)’라는 말이 나온다. 현자가 벼슬을 하고 재능있는 자가 직책을 맡으면 국가가 평안하게 된다는 말이다. ‘직위(職位)’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다스리는 자리인 위(位)와 업무처리를 하는 자리인 직(職)에 앉힐 사람을 잘 찾아내고 구분하는 일은 새로운 조직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장관 이상은 현자라 할 만하고 차관급은 능자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현자와 능자를 제대로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사청문회란 제도는 현자와 능자를 가려내는 필터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정치 역학의 수단이 돼 버렸다. 여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후보자에 대해 마구잡이식 흠집내기로 일관해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을 뽑는 일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중차대한 일이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가 울산을 덮쳐 중구 태화시장이 물바다로 변했을 때 중앙의 고위 공무원들이 울산을 방문해 직접 수해복구 작업을 해 매스콤을 탔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 있던 중구청장과 지역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장·차관님들은 여기서 이러지 말고 빨리 서울로 올라가 피해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도울지, 어떻게 하면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가능한지 그걸 연구해주세요!!” 한마디로 ‘쇼’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맹자> 이루장에도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소개돼 있다. 정(鄭)나라 대부 자산(子産)이 길을 가다가 개울을 건너게 됐는데, 물이 매우 차가운데도 다리가 없어 백성들이 맨발로 바지를 걷은 채 건너고 있었다. 이에 자산은 자신의 수레로 백성들을 한명씩 건네주어 그들로부터 큰 인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소문을 들은 맹자는 자산의 행동이 불공평하다며 그를 비난했다. 한가로이 수레로 개울을 건네주고 있을 시간에 관청에 들어가 예산을 확보하고 관리들을 독려해 다리를 놓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관용(官用) 수레로 일부 백성들의 편리를 보아주는 것은 정치가가 할 일이 아니라고 맹자는 일침을 놓았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터널’을 보면 터널 속에 갇힌 주인공은 외면한 채 구조현장에 찾아와서 피해자 가족과 인증샷을 찍는 장관과 공무원의 추태가 리얼하게 나온다. 맹자가 살았을 때 휴대폰이 있었다면 정나라 대부 자산도 개울가에서 백성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지나 않았을까.

새 정부의 인사는 아직 첩첩산중이다. 시간이 워낙 촉박하니 후보자들 중에는 실제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등 용납할 수 없는 전력을 가진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재임 중에 그야말로 ‘관용 수레’를 이용해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격적으로 인사검증에 나서는 야당의 공세를 무조건 비판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정권,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할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이번 정권에서만큼은 현자(賢者)가 재위(在位)하고 능자(能者)가 재직(在職)한 모습을 보고싶다.

이재명 정치부장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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