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TV 월요 드라마 ‘초인가족’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박혁권.

SBS 월요극 ‘초인가족’서
나천일역 맡은 배우 박혁권
미워할수 없는 소시민 연기로
큰 웃음·따뜻함 선사해 눈길

“예전에 ‘가족오락관’이라는 프로그램 아시죠? 그거 보면 출연자들이 한 줄로 서서 앞사람이 말한 단어를 입 모양만 보고 뒷사람에게 전해주는 게임이 있어요. 그거 하다 보면 ‘사자’를 말했는데 끝에 가서 ‘원숭이’가 되고는 하잖아요? 저는 제 연기가 그렇게 될까 봐 늘 걱정이에요. ‘사자’를 그려야 하는데 ‘원숭이’를 그릴까 봐요.”

언뜻 농담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매우 진지했다. 슬렁슬렁 가볍게 툭 내뱉은 것 같지만 배우로서의 묵직한 고민을 진솔하게 토로한 것이었다. 이게 바로 배우 박혁권(46)의 스타일이다. 그는 요즘 SBS TV 월요 드라마 ‘초인가족’에 출연하고 있다. 40부작으로 기획돼, 이제 8부 능선을 넘은 ‘초인가족’에서 박혁권은 극의 70% 이상을 책임지며 큰 웃음과 따뜻함을 선사하고 있다.

‘초인가족’의 주인공 ‘나천일’은 깡촌 출신, 주류회사의 만년 과장이다. 소심하면서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이고 철도 없다. 눈치도 없고, 딸이 다니는 중학교 앞 ‘바바리맨’으로 몰리는 등 종종 어처구니없는 상황에도 처한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다. 박혁권은 그러한 소시민 ‘나천일’을 지금 내 옆에 있는 누군가처럼 생생하게 그려냈다.

“나천일 연기하는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현실에 존재할 만한 인물이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우리가 사람을 보면 진짜 멋진 사람인지, 멋진 척하는 사람인지 알잖아요? 나천일은 멋진 척을 안 해서 좋아요. 드라마의 제목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초인이라고 생각해요.”

‘밀회’ 강준형, ‘펀치’ 조강재, ‘프로듀사’ 김태호, 육룡이 나르샤 ‘길태미’는 모두 박혁권의 섬세한 손길이 빚어낸 명 캐릭터다. ‘초인가족’의 나천일은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인 최신작이자, 박혁권이 TV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맡은 주인공 캐릭터다. 덕분에 시청자는 너무 자연스러워 저절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박혁권 표 연기를 풍성하게 맛볼 수 있었다.

“대본이 정말 좋았어요. 진영 작가님이 정말 다양하고 폭넓은 이야기를 다뤘고 진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펼쳐졌어요. 그러면서 사회적 이슈도 건드려줬고요. 엄효섭 선배님이랑도 얘기했는데, 작가님이 다음에 미니시리즈를 쓰면 잘 쓸 것 같아요.”

박혁권은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싱글이다. ‘초인가족’에서 알콩달콩 가정을 이루며 살아갔으니 결혼 생각이 더 나지 않았을까.

“안 그래도 주변에서 실제로 가정을 이뤄 아빠가 되고 싶지 않냐고 묻던데, 저는 결혼을 더 하고 싶지 않아졌어요.(웃음) 혼자 오래 살다 보니 공간적, 시간적인 면 등에서 결혼을 하면 답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아직은 같이 놀아줄 친구들이 많아서 별로 외로움을 못 느껴요.”

그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017로 시작되는 휴대전화 번호를 아직도 쓰고, 사진 찍기를 ‘너무’ 싫어하며, 조금의 ‘가짜’도 못 참는다.

“저보고 특이하다고들 하더라고요. 저는 동의할 수 없지만.(웃음)”

그런 그의 새로운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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