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울산 중구청 행정지원국장

현대 도시를 연구하는 수많은 학자들은 그 도시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면서 성공하는 도시에는 그에 걸맞는 DNA가 있음을 역설한다. 도시의 DNA는 앞선 시대를 살아간 선조들이 남긴 유산일 수도 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누리는 문화일 수도 있고,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이 가져야 할 희망일 수도 있다. 어쩌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조화가 곧 성공하는 도시의 DNA 그 자체일지 모를 일이다.

중구의 원도심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울산의 행정·경제·문화·교통의 중심지였다. 사람이 찾고 머물고, 즐기는 그야말로 ‘시내’였다. 하지만 90년대 접어들면서 기차역사와 시외버스터미널이 남구로 이전하고 주리원백화점이 폐업하면서 시내의 요소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번화가의 영광을 남구 삼산동과 달동 일대에 내준 셈이다.

변화는 가혹했고 쇠퇴는 빨랐다. 인구가 줄고, 재정자립도는 하강곡선을 그렸으며 도심은 공동화되어갔다. 영원할 것 같은 종가가 불과 20년 만에 이렇게 추락하게 된 것은 딱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영광에 취해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중구뿐만 아니라 쇠락의 길을 걸었거나 혹은 지금도 걷고 있는 수많은 다른 도시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눈을 돌려 보면 쇠락에서 다시 번성하는 많은 도시들이 있다.

20세기 초 조선·중공업 융성으로 당시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꼽혔던 영국의 글래스고(glasgow)는 중공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인구와 일자리가 줄면서 급격한 쇠퇴를 마주했다. 글래스고는 이후 80년대 뼈를 깎는 노력 속에 시작된 도시재생으로 최근엔 평균 18만명의 관광객 증가와 2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이 불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철강산업 도시였던 리버풀(liverpool) 역시 번성기를 누리던 시절, 미래에 대한 대비 부족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어오다 최근 문화중심도시로 변모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구 중구는 쇠퇴한 골목길을 근대문화거리로 변모시키는 노력 끝에 도시재생의 선진지로 손꼽히고 있고, 전북 군산은 지난 2009년부터 ‘근대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사업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하여 지난해에만 10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배울 것은 쇠락의 과거가 아니다. 쇠락을 딛고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현재이고, 그 새로움이 만들어 낼 미래라는 자산이다.

한때 전국 7대 도시 74개 지자체 가운데 쇠퇴도 11위를 차지했고, 지난 30년 동안 57%가 넘는 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 재정자립도 하락의 시간을 보내왔던 중구역시 마찬가지이다.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고 있다. 2011년부터 지역잠재자산 발굴을 위한 용역에 나서는 한편 민간조직과의 연계로 시민 참여형 도시재생 모델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 2013년부터는 도시재생전담조직을 구성, 역사문화자원, 전통시장, 특화거리, 태화강 등 핵심콘텐츠를 발굴해 ‘선택과 집중’의 체계적인 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 중구의 강점을 한데 모은 ‘울산, 중구로다(中具路多)’ 실현 계획을 마련, 강·소 경제기반구축과 창조거점활성화, 도심보행네트워크 기반구축, 민간산학협력 도심공동체 활성 사업 등 4개 핵심전략과, 13개 세부사업을 확정지으며 지속가능하고 자생적인 도시재생사업 계획을 마련했다. 이 사업을 통해 중구는 오는 2020년까지 국·시비 등 185억5,000만원이 투입돼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중구는 울산큰애기를 대표캐릭터로 정하고 ‘찾고 싶고 머물고 싶고 매력이 넘치는’문화관광 도시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쇠퇴일로를 걷던 시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지만, 중구가 꿈꾸는 새로운 중구에 다가가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 점에서 중구의 변화는 현재완료형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성공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초심’을 지켜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루하루 새롭게 변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울산 종갓집 중구를 위해 초심을 지키며, 초심을 새롭게 해야 한다. 속도에 갈증을 느낄 때가 아니라 방향에 자부심을 가지고, 속도를 높여가야 할 때, 다시 중구는 종가의 면모를 되찾을 것이다.

김성규 울산 중구청 행정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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