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 쓴 보행자의 사고방지 차원서
과태료 대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생활관련 문제는 법보다 의식개선부터

▲ 최건 변호사

1979년 소니(SONY) 사는 조그만 기기에서도 고음질을 들을 수 있다는 휴대용 카세트 재생기를 출시했다. ‘WALKMAN’이라는 이름과 함께 제품 광고도 그에 맞게 음악을 들으면서 조깅하는 모델을 내세웠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이었던 워크맨은 상당한 고가였음에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어 놓았다. 또한 종전의 음악 소프트웨어 및 재생기기인 LP와 전축을 카세트테이프와 워크맨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 후부터 단순한 휴대용 카세트 재생기 제품 중 하나인 워크맨은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워크맨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마음 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도 학창시절 항상 워크맨을 들고 다니며 라디오를 듣거나 음악과 강의테이프를 듣기도 하였다. 80~90년대 청소년들에게는 지금의 휴대전화처럼 필수품 중 하나였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되고 보다 휴대가 가능한 기기들이 발명되면서 워크맨은 점점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3년에는 소니 사는 워크맨 생산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콘셉은 휴대용 CDP, MP3, 스마트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편한 시간과 장소에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워크맨이라는 용어처럼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 것은 경우에 따라 상당히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항상 겪는 일이지만 차량을 운전할 때 이어폰 또는 헤드폰을 쓰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자주 있다. 헤드폰을 쓰고 차로의 중앙을 걷거나 야간에 보행신호가 청색에서 적색으로 바뀌었음에도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보행시 동영상을 보거나 DMB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야간에, 특히 보행로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도로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수년 전 모 대학에서 대학생이 학교 셔틀버스에 치어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셔틀버스가 경적을 울렸는데도 피해자가 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아마도 휴대폰 통화를 하거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물론 필자의 말은 보행자들이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량운전자들은 보행자들이 차도로 갑자기 뛰어들거나 신호를 위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적정 속도로 운행을 해야 하고,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하는 경우 궁극적인 손해는 보행자가 입게 된다.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많은 경우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하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헤드폰을 쓰고 차도를 지나는 사람들을 과태료 대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생활의 사소한 부분까지 법의 테두리에 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지하고 있을 때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로 국한해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볼 것을 권유한다. 보행 중 헤드폰 사용이 자칫 자신의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최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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