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성 사회부 양산본부장

전북 군산의 오골계 사육 농가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AI의 ‘악몽’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남권 최대 산란계 농가 밀집지인 경남 양산에서 지난해 12월에 이어 6개월여 만에 또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 양계농가들의 불안감 가중과 허탈감이 팽배하다. 토착화로 치닫는 AI 때문에 농가들이 겪는 고통도 ‘연중무휴’다. 현재 상·하북에만 28개 농가에 136만여 마리의 가금류가 사육 중이다.

양산 상·하북지역 양계농장들은 12~15㎞ 떨어진 원동면의 한 소규모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6개월 동안 AI와 ‘전쟁’을 치르고 이제 숨을 돌리나 했더니 어느새 또 AI가 코 앞까지 다가오자 생활 자체가 노심초사다.

농장 입구 출입문이 밧줄로 꽁꽁 묶여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데다 가금류 반출도 금지된 상태다. 농장주들의 가슴은 가뭄보다 더 말라 매일 타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악몽’은 지난해 12월 AI가 발생, 5농가 16만20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면서 시작됐다. 상당수 양계농가들이 발생 6개월이 지났지만 병아리(중추·생후 80일)가 부족해 양계장에 산란계(병아리)를 들여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AI 발생 이후 상북면 피해농가 일부는 수억원의 보상금을 받았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닭을 들여오지도, 키우지도 못해 일시적인 실업농으로 전락했다. 게다다 일부 농가는 닭을 살처분한 대가로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비도 외상으로 들여온 사룟값으로 지출하는 바람에 수중엔 남아 있는 게 없는 실정이다. 언제 다시 양계장에 닭을 들여와 계란을 생산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던 농가에 또 ‘재앙’의 그림자가 찾아온 것이다.

양산시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원동면 일대에 신속히 4개의 이동통제소를 설치하는 한편 시 전역에 상시 가동 중인 거점소독시설을 24시간 운영에 돌입했다. 이어 고병원성 AI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발생지역 밖으로 가금류의 반출을 금지하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양계농들은 여전히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I가 언제 확산돼 농장을 초토화시켜 버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온과 습도가 상승하면 AI바이러스는 퇴치된다는 정설이 이번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초여름 무더운 날씨에 고병원성 AI가 전국에 걸쳐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여름 날씨에도 발생한다면 연중 AI 시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AI가 토착화 하면 위생도 문제이거니와 계란 파동,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중 내내 일어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양계농들의 줄도산과 양계농 기반 자체도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현실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살처분 위주로 진행되는 AI 대응체계를 새롭게 짜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살처분 비용의 일부분으로 농가에 대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이동통제소를 설치하는 등의 답습적인 조처로는 AI 확산을 방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갑성 사회부 양산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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