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뒤집고 대다수 유임…보수당 내홍 우려한듯 ‘정적’도 기용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퇴요구를 거부하고 자신이 이끄는 소수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앰버 러드 내무장관,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장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위에서부터 시계방향순) 등을 유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새 내각을 구성하며 졸전으로 마무리된 하원의원 선거를 수습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데미언 그린 고용연금부 장관을 국무조정실장에 임명했다.

국조실장은 내각의 선임 장관으로 부총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승진 인사라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그린 장관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고용연금부 장관에는 데이비드 고크 재무차관이 임명됐고, 리즈 트루스 법무장관이 재무차관으로 강등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에서 유럽부 장관을 맡았던 데이비드 리딩턴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가 트루스를 대신해 법무장관을 맡는다.

그레그 클라크 기업·에너지부 장관, 저스틴 그리닝 교육부 장관,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은 그대로 유임됐다.

▲ 11일(현지시간) 환경식품농무부 장관에 지명된 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이 총리 관저를 나서는 모습.

앞서 메이 총리는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개각에 착수해 브렉시트 협상 영국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과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앰버 러드 내무장관,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등 주요 장관을 유임했다.

메이 총리가 취임하면서 내각에서 퇴출당했던 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은 레드섬 앤드레아을 대신해 환경식품농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캐머런 전 총리의 최측근인 고브 전 장관은 캐머런을 배신하고 브렉시트 진영에 합류, 존슨 장관을 도와 국민투표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존슨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르는 가운데 후임 총리를 뽑는 당 대표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독자적인 출마를 선언하는 배신극을 펼쳤다. 이에 존슨 장관은 출마를 접었다.

또한 고브 전 장관은 2014년 법무장관 재직 당시 학교 내 이슬람극단주의 대응을 둘러싸고 당시 메이 내무장관과 격렬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 사퇴압박 속 총리직 유지를 발표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메이 총리는 이번 개각을 두고 “보수당 전체에서 능력 있는 인물을 모시고 왔다”면서 “우리는 모두를 위해 일하는 국가를 원한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의 이번 소폭 개각이 보수당 내 내홍을 잠재우고 하드 브렉시트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시도라고 해석했다.

인디펜던트는 메이 총리가 자신이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반대 세력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고브 전 장관 지명으로 대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메이 총리가 애초에 해먼드 재무장관과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도 경질하는 대규모 개각을 계획했으나,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상실해 지휘권한을 대거 상실함에 따라 고브 전 장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다수를 유임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메이 총리가 해먼드 재무장관과 스코틀랜드 보수당 지도자 루스 데이비슨 등으로부터 이민 문제보다 일자리와 경제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브렉시트 협상 노선을 수정하도록 요구를 받았으나,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고브 전 장관을 내각에 포함함으로써 기존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도 브렉시트 협상에서 기존 입장을 완화하라는 압박에 직면한 메이 총리가 보수당의 ‘내전’을 모면하기 위해 ‘적수’인 고브 전 장관을 데려왔다고 진단했다.

이번 개각은 지난 8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한 이후 메이 총리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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