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원 아우를 선조들의 이야기
원림과 정원에 어울릴 콘텐츠 창조
지방정원을 향한 시민의 사랑 필요

▲ 성인수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건축학부 교수

2015년 가을 건축학부 5학년 실무설계수업시 순천시 ‘정원산업지원센터’ 공모전에 학생들 5팀으로 출품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버스를 타고 순천만 국가정원을 하루 돌아보고 생소했던 순천만 ‘국가정원’에 대해 알게 됐다. 약칭 ‘수목원·정원법’인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은 수목원 및 정원의 조성·운영 및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 국가적으로 유용한 수목유전자원의 보전 및 자원화를 촉진하고, 정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이 목적이다.

정원이란 식물, 토석, 시설물(조형물 포함) 등을 전시·배치하거나 재배·가꾸기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러나 문화재, 자연공원, 도시공원 등 별도로 정한 공간은 제외된다. 1423년 세종 5년 3월 실록에 의하면 “상림원(上林院) 별감 허염과 유덕생이 경복궁 정원(園內)안의 노루와 사슴을 맡아 기르면서 번을 나갈 때에 마음을 쓰고 교부하지 않아서 짐승을 죽게 하였으므로 잡아와 본원의 종을 삼으라” 명했다.

용어 ‘園林’은 고려 때 중국과 같이 사용하였고, 세종 17년 4월(1435년) 실록에 “한낮에 표범이 도성에 들어와 개천(開川)으로부터 달아나 안국방(安國坊)의 평양군 조대림의 집 원림(園林)에 이르렀다(平壤君趙大臨家園林)”로 나타난다.

1649년 7월 효종 즉위년 실록에 대마도주(對馬島主)가 사신을 보내 “매·개·비둘기·메추리·앵무·고슴도치·원앙·굴속에 사는 제비·산 담비 등을 얻기를 원하니 조정이 도신(道臣)으로 하여금 허락하게 하였다. 관백이 새로 원림을 만들어(關白新作園林) 진귀한 새와 짐승을 널리 모았기 때문에 도주가 이들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궁궐 원림에는 동물들도 같이 있었다.

숙종 43년(1717년)에 정원(庭園) 용어가 처음 숙종실록에 기록되었다. 군문의 민폐로 “심하면 정원(庭園)에 불쑥 들어가 울타리를 헐기까지 한다고 하니 당초에 폐단을 줄이려던 뜻이 도리어 백성을 해치게 되었습니다(殆無餘者, 甚至突入庭園, 毁撤藩籬, 當初省弊之意, 反爲害民之歸)”고 기록하고 있다.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산림청이 정원산업 육성을 시작했다. 2015년 9월5일 ‘수목원·정원법’에 의해 처음 국가정원이 생겼고, 순천만은 우리나라 최초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 정원은 운영 주체에 따라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 공동체정원으로 구분한다.

축구장 면적의 155배나 되는 국내 최대 규모 인공정원인 순천시 풍덕동 소재 순천만정원은 세계5대 연안습지 순천만의 훼손을 방지하려고 순천 도심과 순천만 연안습지 사이에 조성한 공간으로. 58개 테마정원이 있고, 심어진 꽃은 모두 567종 413만송이, 나무는 511종 83만7000그루나 있다.

서양은 원림과 같은 유형이 없었던 까닭에 ‘Garden(Landscape)’이라고 번역했고, 학술적 관점으로 조경학으로 구분했다. 잔디와 배경 숲으로 된 그림 같은 영국식 정원과 다양한 조형의 문양으로 된 프랑스식 정원으로 대표되는 서양 정원 개념으로, 동양의 원림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조경, 가든(Garden) 또는 정원(庭園/庭苑)이던 동양 공간의 정수로 평가받던 원림이던 서구의 관점으로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인공적인 수법의 중국식, 일본식 원림과도 다르게 ‘손대지 않은 듯한’ 우리의 원림은 더욱 다르다.

울산 국가정원이 대통령공약에 포함되었고 시는 울산 방문의 해에 관심이 높아진 태화강과 함께 국가정원으로 만들려 한다. 국가가 지정해 주기 전에 울산의 정원을 아우르는 선조들의 이야기가 먼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방정원을 향한 울산 시민의 사랑으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태화루에서 대숲을 마주하던 ‘죽림칠현’처럼 세속을 벗어난 풍류를 연상하거나 반구서원을 찾아온 선비들이 별천지로 상정했던 ‘원림’ ‘정원’과 어우러지는 ‘콘텐츠’의 창조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겠는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성인수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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