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기자 사회부

지난달 지역 기초자치단체에서 나서는 공무국외여행(연수)이 목적과 달리 외유성 관광으로 전락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동안 수차례 지적됐고, 외유성 논란도 하루 이틀된 문제가 아니었지만 당시 취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무국외여행을 앞둔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유럽 ○○도시를 가보고 싶다’ ‘우리 돈 주고 가기 힘든 곳으로 정하자’ ‘○○도시보다 □□도시에서 선물 사기가 좋다’ 등 마치 해외여행을 앞둔 일반인들이 나누는 대화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공무원은 ‘도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계획을 세운다’며 자랑처럼 이야기했다.

아니나다를까 울산 5개 구·군이 다녀온 공무국외여행 현황을 받아보니 그 목적지나 코스가 여행사가 짜놓은 관광일정이나 다름없었다. 본격적으로 취재에 들어가니 ‘공무원 복지차원이다. 기사로 인해 공무원들의 복지가 없어지면 어쩔거냐’ ‘전국 대다수가 그렇다’ ‘우리보다 심각한데가 많다’ ‘공무원들도 일부 자부담을 낸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자신들의 문제보다는 기자가 문제를 키운다는 투의 반응이었다.

공무원의 능력향상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해외탐방으로 선진문화를 보고 접한뒤 지역 주민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면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막대한 주민혈세를 지원받아 시행되는 공무국외여행이 양질의 대민행정을 위해서라기보다 공무원의 복지를 위한 관행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심사부터 서면으로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고, 사후보고서도 형식적이고 부실하다. 다행히 기사가 나간 뒤 일부 지자체에서는 서면심사를 실질심사로 변경하고, 귀국 후 보고서 작성에 그치지 않고 이를 묶어 책자로 발간하고 발표회를 개최하는 등의 사후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개선에 나섰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제대로 된 심사와 함께 철저한 사후관리까지 이어져 필요한 공무원이 필요한 곳을 다녀와 능력향상과 함께 지역사회에 일조할 수 있도록 공무국외여행 본연의 기능이 회복되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조선업을 중심으로 최악의 경제불황의 늪에 빠져 먹고사는 문제로 시름하는 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김준호 사회부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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