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 전쟁
당시 한국인들이 느낀 감정·고통에 대한 이야기 담아

·한국전쟁과 수복지구
38선과 휴전선 사이에 있는 인제에서 벌어진 일 추적

·그 때 그 곳에서
한국전쟁 전투기 조종사였던 ‘제임스 설터’의 산문집

·분단체제와 87년체제
한국정치가 걸어온 길 재조명하고 새로운 대안 제시

“고통의 신음 소리를 내더니 참았던 듯 그녀의 목구멍에서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이 빠져나왔다. 피비린내와 고름투성이 상처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간은 이와 같은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면 더 험악해지거나 더 숙연해지게 마련이다. 내 머리 속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이 모두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무슨 소용? 인간성의 말살이었다.”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 전쟁> 중에서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이에 맞춰 67년 전 그 날의 일을 직접 보고 겪은 이야기와 당시 전쟁 참전자의 새로운 이야기, 전후 한국사회의 체제를 다시 점검하는 신간들이 쏟아지고 있다.

▲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 전쟁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 전쟁

인도네시아 언론인이자 소설가 목타르 루비스(1922~2004)는 1950년 당시 28살에 유엔 초청을 받고 필리핀, 일본을 거쳐 한반도로 향했다. 저자는 부산과 밀양, 대구, 대전, 김포, 서울, 의정부 등 곳곳에서 마주한 처참한 전쟁의 현장들을 기록했다. 100여 쪽 남짓한 한국판에는 전쟁의 광기와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쳤던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모습이 실려 있다.

저자는 함께했던 각국의 종군기자 중 많은 이가 자국군의 동향에만 관심을 쏟는 것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인데 정작 한국인들에 대한 이야기의 기록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감정과 고통, 그리고 바람을 다룬 기록들이 너무 없었다. 이곳저곳에서 맹활약하는 용감한 장교들의 무용담, 그리고 어떤 전투기 조종사가 어디 어디에 폭탄을 투여했다는 등등의 승전보들. 그러나 한국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보도되지 않았다.”

책은 한국인들이 왜 이러한 비극을 겪어야 하는지도 자주 묻는다. “이 모든 인간성의 말살이 한반도 밖에서 도래한 외세끼리의 충돌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에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묻어난다. 어문학사. 전태현 옮김. 200쪽.

▲ 한국전쟁과 수복지구

◇한국전쟁과 수복지구

1945년 일본이 패전하면서 한반도에 들어온 미국과 소련은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을 나눴다. 북위 38도 선을 의미하는 38선은 두 열강의 편의를 위해 그어진 분계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38선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폐기됐다. 1953년 7월 휴전과 함께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약 250㎞ 길이의 휴전선이 생겼다. 구불구불한 휴전선은 북위 38도보다 북쪽에 있는 지역 상당수를 남한으로 편입시켰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지역이 이른바 ‘수복지구’(收復地區)다.

수복지구는 ‘다시 찾은 땅’이라는 의미로, 38선과 휴전선 사이에 있는 경기도 연천, 강원도 양양·고성·인제·양구·화천·철원 등이 해당됐다.

이 책에서는 한국전쟁 전후의 현대사를 연구해온 한모니카 박사가 수복지구인 인제에서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벌어진 일을 추적하고 분석한다. 저자의 연구가 지금도 의미 있는 이유는 수복지구가 남과 북이 통일됐을 때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는 “수복지구 주민이 겪은 ‘복수의 역사경험‘에 대한 인식이 확산한다면 이곳은 분단의 경계지대에서 남북통일의 시험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푸른역사. 536쪽.

▲ 그 때 그 곳에서

◇그 때 그 곳에서

미국 작가 제임스 설터(1925~2015)의 산문집이다. 미국·영국·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일본 등지를 돌아다니며 쓴 18편의 산문을 엮고 있다.

설터는 한국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해 100여 차례 출격한 일화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군대에서 쓴 소설 ‘사냥꾼들’을 발표하며 전업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타지에 몇 달, 몇 년씩 머물며 공허함을 채우고 낯선 경험을 동력으로 소설을 썼다.

작가는 중년에 다시 찾은 파리에서 전쟁 직후 젊은 시절의 그곳을 회상하고, 쇠락한 미국 콜로라도의 광산촌 마을에서 겨울을 기다린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경험한 일본을 아들과 함께 다시 찾는다. 장소와 사람에 얽힌 기억을 짧은 문장에 담았다. 이용재 옮김. 마음산책. 256쪽.

▲ 분단체제와 87년체제

◇분단체제와 87년체제

분단체제론과 87년체제론은 각각 분단의 현실과 민주화의 양상을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 뗄 수 없는 개념이자 우리 사회의 자생 이론이다. 저자 김종엽 한신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이 책에서 두 가지 체제이론의 현재적 의의를 되짚고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모색한다.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남북이 각기 다른 체제에서 어떻게 분단현실을 재생산해 왔는지를 제기하고 살피는 담론이라 할 수 있다.

총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정치가 걸어온 길을 재조명하면서 새로운 변혁과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창비. 480쪽.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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