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응원합니다]동물매개치료로 지역에 봉사하는 성기창 대표

▲ 울산 학성동물매개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꿈빛소금 성기창 대표.
장태준 인턴기자

국내 최초 동물매개치료 선구자
관련 사단법인 ‘꿈빛소금’ 만들고
동물매개치료사 자격증 도입 일조

치료 포커스는 자존감·자신감 향상
특수아동은 학습능력 키워주고
폭력학생, 생명의 존엄성 배워

“기부로 이웃 행복하다면 성공한 삶”
번듯한 병원 대신 치료센터 개설
10년간 수억 들었지만 후회 없어

#지적장애를 가진 민주(가명)는 자존감이 낮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아이였다. 동물매개치료를 통해 치료견들을 목욕시키고 함께 산책하면서 애견 미용사의 꿈을 키운 민주는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14년 울산에서 최연소로 애견 미용사 자격증을 따냈다.

#은둔형 외톨이인 창환(가명)이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왕따를 당하면서 자신 만의 세상에 갇혀 살았다. 1년여 간 동물과 대화하고 교감한 창환이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꿈빛소금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또래 친구들에게 청소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등 소통하기 시작했고,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성기창(57) (사)꿈빛소금 대표는 국내 동물매개치료의 선구자다. 국내 최초의 동물매개치료 사단법인 꿈빛소금을 만들었고, 2010년 도입된 동물매개치료사 자격증을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수의사인 성 대표는 기부와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 각종 단체에 가입해 왕성한 사회활동을 벌이던 그는 2005년부터 봉사의 방향을 전환했다. 금전기부보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용한 기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2005년 유치원생들을 상대로 동물사랑과 생명사랑 교육을 시작한 성 대표는 2006년부터 동물매개치료에 들어갔다. 당시 출강하던 대학에 동아리를 만들고 특수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매개치료 교육을 시작했다.

치료의 포커스는 자존감과 자신감 향상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사람을 상대로 표현하는데 서툴기 때문에 동물에게 책을 읽게 하면서 발표력을 길러준다. 성 대표는 “듣는 쪽이 사람이라면 더듬거린다고 타박할 법도 하지만 동물은 아무 말없이 끝까지 들어준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자신감을 얻게 되고, 그 자신감은 학습능력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신체발달이 떨어지는 지체장애 아동들은 강아지 목줄 채우기, 빗질하기 등을 반복하면서 소근육을 기른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은 청진기를 통해 들리는 동물들의 심장 소리를 듣고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는다. 성 대표는 “무생물 교구보다 생명체를 통해 교감하면 치료 효과가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돈에 대한 개념도 돈을 버는 요령도 없다는 성 대표는 동물매개치료에 주력하느라 병원 확장 타이밍도 놓쳤다. 병원이냐, 매개치료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주저 없이 매개치료를 택했다. 번듯한 새 동물병원 대신 학성매개동물치료센터를 개설했다.

성 대표는 “나중에 계산해 보니 제법 돈이 들어갔다. 10여년 간 수억원은 들어간 것 같더라”며 “대부분 인적자원을 기르는데 든 비용인데 좋아하는 일에 투자한 만큼 후회는 전혀 없다”고 밝게 웃었다.

스스로를 ‘꿈이 있어 행복한 수의사’라고 소개하는 성 대표는 14마리의 치료동물들에게 꾸미(꿈이), 행복이, 행운이 등의 이름을 붙였다. 그는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다고 믿는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는 ‘고집 세고 자꾸 일만 벌이는’ 별종 수의사로 여긴다. 하지만 성 대표는 “기도하는 입술보다 행동하는 손이 아름답다”며 개의치 않는다. 그에게 있어 성공한 삶은 기부로 인해 자신과 이웃이 즐겁고 행복한 삶이다.

성 대표는 “하려고 하면 길이 보인다. 봉사는 무엇보다 의지가 중요하다”며 “수의사로서 가진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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