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평가할땐 겸손해야 하며
자신이 처한 입장·위치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돼

▲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언젠가 자신의 공직수행과 관련해 누구로부터 참 나쁜 사람이라고 혹평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쫓겨났던 몇 분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어느 땐가 누구로부터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분이 국민들에 의해 명예를 회복한지도 오래 되었다. 반면 신뢰와 원칙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분이 대다수 국민들에 의해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대통령 직에서 파면되었고 지금은 구속된 상태에서 그 죄의 유무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다.

사람에 대한 평가나 그 사람이 관여한 일에 대한 평가는 세상사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다. 하나의 예로 수사기관에서 어떤 혐의에 대한 수사를 거쳐 기소하기까지 통상 수 개월이 걸린다. 그리고 기소 후에 형사재판도 수 개월의 엄정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설사 그런 과정을 1년여에 걸쳐 충분히 거쳤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현실에서는 어렵기만 하다. 더구나 범죄사실에 대한 판단을 넘어 그 피고인에 대한 평가는 더 더욱 만만치가 않다.

변호사의 경우 속으로는 어떤 사람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명확히 가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를 외부에 표현할 때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신중한 편이다. 또한 내부적으로 속마음을 정함에 있어서도 신문 등의 기사나 주위 분들의 풍설에 따라 가기보다는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팀 감독들은 선수들을 발탁해 기용함에 있어 2군 감독이나 코치진들의 조언을 듣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이 2군 경기를 직접 보면서 그 선수를 1군으로 승격시킬지를 고민하게 된다. 기준으로는 기본기가 잘 돼있느냐 또는 장타력이나 컨택능력, 공격, 수비 그리고 주루플레이에 어떤 특징이 있느냐가 될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감독들의 경험적으로 검증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선수의 눈이라고 한다. 그 선수에게 간절함의 눈빛이 있느냐가 마지막 체크 포인트라는 것이다.

판사나 검사에게는 추상적이긴 하지만 법조적 양심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공무원에게는 직무와 관련된 능력이나 청렴성이 중요할 것이고, 정치인에게는 역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역사의식이 없다는 것은 나침반 없이 대양을 향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국민들은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에는 절대로 같이 탈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수년전 남미의 어느 국가에서는 한 극성팬이 월드컵 본선에서 자살골을 넣어 자국 국가대표팀의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귀국한 선수를 총으로 쏘아 죽인 적이 있었다. 자살골에 의한 국가대표팀의 패배는 모든 나라의 축구팬으로서는 참기 힘든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플레이를 한 선수에 대해서 어떤 대응이나 반응을 보이는가는 그 팀의 수준이나 팬들의 수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예수님이 간음한 여자에게 돌팔매질을 하던 사람들에게 “죄 없는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고 했던 말의 의미도 되새겨 볼 만하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자신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더욱 그렇다. 마찬가지로 자신과 같은 입장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평가도 신중해야 한다.

‘지기추상 대인춘풍’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해야 한다. 자신의 평가에서는 가을의 서리와 같이 엄격해야 하고 남에 대한 평가에서는 봄바람처럼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여당 국회의원이냐 야당 국회의원이냐의 입장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가기준이 달라져서는 안된다. 우리 국민은 제 멋대로 엿을 자르는 엿장수나 술에 취해 남이 시키는데로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를 국민의 대표로 뽑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누군가를 판단하는 입장에 있을 때는 겸손해야 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대상자에게 엄격한 기준을 강요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도 주저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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