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파편이란 장인에게 있어 세상 안팎과의 소통 고리이다. 손에 묻어난 흙과의 교감을 통해 그릇을 빚는 자유를 얻는다면, 파편을 통해서 생각을 깨는 자유를 경험한다. 장인이 파편을 통하여 창조의 경험을 얻어내 듯 그릇의 사용자는 자신의 삶을 파편에 담아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옹기는 주로 음식물을 저장할 때 사용한다. 간혹 귀한 내용물을 보관하기도 했지만 대개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생활용품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금이 가기도 하고 깨지기도 한다. 아끼던 옹기에 금이 가면 사용자로서는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시절이라 금이 가거나 깨진 그릇은 수선해 사용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더구나 옹기는 오래도록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와 정서적 애착도 형성돼 있으므로 냉큼 내다 버리기도 어려웠다.

이 옹기(사진)는 항아리의 뚜껑이다. 하자가 있는 부분을 철사로 엮어 수선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지게에 철사를 메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철사~테 철사~테~’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깨진 옹기를 전문으로 관리해 주던 직업이 있었다. 그릇을 다루는 작업이 단순한 삶의 영역을 넘어 일상이 곧 예술로 변환되던 시대였던 것이다.

 

<규합총서>에는 그릇을 수선하는 방법도 나와 있다. 깨진 곳에 풀무의 쇠똥을 초(醋)에 개기도 하고, 반은 설고 반은 익힌 토란을 문지르기도 했다. 진고구마를 문지르거나 피마자 열매 등을 불에 태워서 접착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릇을 만드는 장인 뿐 아니라 그릇을 수선해 주었던 사람도 역시 전문가였던 것이다. 철사를 이용해 수선한 옹기에서 장인 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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