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아직 6월인데도 벌써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심상찮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더해지니 불쾌지수마저 높게 느껴진다. 마치 한여름인양 착각할 정도다. 더욱이 봄부터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데다 AI까지 확산돼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 여름나기가 쉽지 않을듯 한 조짐들이 이처럼 곳곳에서 활개를 친다. 걱정하는 구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져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이런 때일수록 절실한 게 바로 최선을 다해 미리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일 것이다. 자고로 ‘작은 틈새로 물이 새어 들면 큰 배도 가라 앉힌다’고 했다. 따라서 아주 사소한 일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다잡게 된다. 중국 고서인 <관윤자(關尹子)>에 기록된 ‘물경소사(勿輕小事)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말의 의미가 더욱 크게 와 닿는 이유다.

평소에 위험 요소를 게을리 하면 큰 재앙이 닥치게 마련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한 발 빠른 상황대처 능력과 주민 및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등이 재난으로 인한 구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법이다. 불시의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입버릇처럼 말해온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기상상황에 따른 단계별 대응, 협업기능별 상황근무 철저, 상호 협업체계 강화 및 기능별 명확한 임무·역할 등 전 과정을 매뉴얼화 하도록 모든 직원들에게 강조해 온 것이 그렇다.

최근 우리가 예년보다 빠른 폭염대응 종합대책을 수립·추진 중인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 전담 TF팀을 구성해 상황관리 및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피해예방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 행정력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무더위쉼터에 대한 사전점검을 완료한데 이어 폭염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338명의 재난도우미들이 재난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 건강을 체크하고 정기적으로 안부전화를 하는 등 매뉴얼대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안전한 울산남구 건설이라는 구호가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울산을 덮쳤던 태풍 ‘차바’가 남긴 교훈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게 챙겨 나가고 있다. 당시 남구의 재난예방 행정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한 것도 따지고 보면 매뉴얼화된 선제적 대응 덕택이었다. 울산 남구지역자율방재단의 헌신적인 복구활동, 재난취약개소의 예찰 및 방재활동 강화, 수해대비 양수기 가동훈련 실시 등을 통해 남구의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함으로써 국민안전처로부터 사례발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하천기본계획에 따르면 하천시설은 시간당 강수량 100㎜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최근 기상이변으로 시설기준을 벗어난 집중호우가 빈번해 하천시설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되는 바이다. 지난해 태풍 ‘차바’ 상륙 시 시간당 최대 139㎜(일 강수량 266㎜)의 집중호우로 하천수가 범람해 인근 주택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구는 일찌감치 여천천 정비계획 등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총 20여억원의 확보 재원으로 최고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산책로 14개소에 대한 수문설치를 6월부터 9월까지 우선 시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추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여천천 전 구간에 대해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공사장, 재해예방사업, 재해복구 사업장의 철저한 관리와 상습 침수지역 등에 대해서도 특별점검을 실시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남구를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청백리인 주세붕(1495~1554)은 ‘작은 일에서 큰 의미를 찾는 자는 흥하고, 쉬운 일에서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는 자는 망한다’고 했다. 그의 이상잠(履霜箴)인 무릉잡고(武陵雜稿)에 적어 놓은 말이다. 서리가 내릴 때 얼음이 얼 것을 알고 미리 대비한다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아직 얼음도 얼지 않았는데 서리 좀 내린 걸 가지고 무얼 그리 걱정인가’라고 안일한 마음을 가졌다가 얼마 안 가 곧 얼음이 얼고 나면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뜻이다. 늘 경계하고 조심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오늘날처럼 위험요소가 갈수록 커지고, 안전 환경 요인도 수시로 바뀌는 시기에 꼭 필요한 가르침이 아닌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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