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물처럼 맑다고 생각했다
물로 집 한 채 지었거나
물의 집이라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그런 나를 비추자 물빛이 흐려졌다.
내가 지은 집은 지는 해로 지은 것이었다.
고인 물을 막은 것에 불과했다.
내가 흐르는 물자리였으면
새 몇 마리 새 자리를 놓았을 것이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보면
눈물로 지은 집 한 채가 부서졌고,
눈물도 거짓으로 흘릴 때가 많다고 생각했다.
내가 누운 집이 두꺼비 집보다 못하는 것을 알았다.
내가 깊다는 생각은 지우기로 했다.
물은 엎드려 흐르는 것인데
내가 지은 집은 굽이 높았다.
우리 몸은 물의 집이다.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상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반추하였듯 시인은 몸 안에 고인 눈물(학문)의 깊이를 우물 삼아 자신을 반추한다. 내면의 우물은 혼자서만 볼 수 있다. 깊어서 맑고 투명한 줄 알았는데 새 몇 마리 앉아 목축일 물도 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투명한 눈물 속에도 선과 악이 있다는 반성에 이른다. 눈물은 가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류해야 한다. 몸 안에 물기가 많으면 깊어지는 게 아니라 흐려지기 때문이다. 눈물(학문)만큼 힘이 센 것도 없다. 눈물 한 방울이 사람을 얼어붙게도 만드니. ‘내가 깊다는 생각은 지우기로.’에 이르러 자성(自省)이 내면을 비추는 거울임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