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벨소리·대화·각종 냄새 등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 ‘눈살’
반복적 교육으로 예절 습관화해야

▲ 김대종 울산중구문화의 전당 관장

예전에 한 시립예술단 총괄 국장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시립교향악단 정기 공연 중 객석 맨 앞줄에서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 적이 있었다. 게다가 중년의 휴대폰 주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공연 중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신속하게 안내도우미가 그 관객을 통제해 마무리는 되었지만 연주에 집중해 있던 1000명 관객의 관람 분위기는 순간 엉망이 되었으리라. 공연이 끝난 후 지휘자로부터 심각한 컴플레인은 말할 것도 없었고.

최근 공연계에 ‘관크’라는 말이 유행한다. 이 말은 공연 관람에 방해를 주는 다른 관객의 행위를 뜻하는 속어로서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이다. 크리티컬은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입힐 때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이 관객과 합쳐져서 ‘관크’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이다.

관크의 종류는 다양하다. 공연 중 휴대폰 문자하는 것, 공연 중간에 입장하는 것, 여기 저기 좌석을 옮겨 다니는 것, 공연 중 대화, 땀 냄새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 중에 가장 으뜸은 휴대폰 사용이다. 공연 포탈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장 혐오하는 관크로 공연 중 ‘휴대폰 벨소리 울림’이 30.6%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는 ‘공연 중 대화를 나누는 행위’(16%), 그 다음이 ‘등받이에서 등을 떼서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는 행위’(9%)로 나타났다.

공연을 관람할 때 휴대폰 전원을 끄는 것은 가장 기본예절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공연 중에 전화를 받거나 아니면 버젓이 문자를 주고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본인은 조심해서 한다고는 하지만 휴대폰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일이고, 이는 결국 공연에 집중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연 중 대화는 친구나 자녀들과 함께 공연을 보는 사람들, 특히 자녀를 동반한 관객 중에서 많이 나타난다. 공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에게 공연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것은 공연이 끝난 후에 해도 될 일이다. 오히려 공연 관람 예절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더 우선할 일이라 생각된다. 또 자기들끼리 관람 온 청소년의 경우도 속닥거리는 일이 많다.

이밖에도 소위 ‘메뚜기’라고 일컬어지는 관크도 있다. 메뚜기란 빈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관객을 말하는데, 이러한 행동들이 다른 관객에게 방해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냄새도 관크에 속한다. 여름철에는 땀 냄새, 겨울철에는 신발을 벗은 발 냄새가 관크다. 또한 관람 직전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관객의 음식 냄새도 그렇고, 술 한 잔하고 들어온 경우 술 냄새도 쾌적한 관람 분위기를 해치는 관크이다. 여자들의 진한 향수 냄새도 냄새 관크의 하나이다.

이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행위만으로 공연의 질을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공연의 완성도는 무대와 객석이 서로 잘 어우러질 때 최고의 공연으로 인정할 수 있다. 공연에 대한 관객의 집중도가 높을수록 공연의 질은 높아지고, 무대의 배우도 더욱더 연기와 연주에 몰입해 최고의 기량을 관객에게 보여 줄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은 수많은 관객이 누려야 할 감동을 방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문화생활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그에 반해 공공질서의 예절이나 배려심은 그와 동반상승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공공질서의 예절과 배려는 이제 생활의 기본이다. 일본의 ‘메이와쿠(迷惑:남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교육’처럼 가정에서부터 엄격하게 가르쳐야 하며 반복적 교육으로 습관화시켜야한다. 그리고 이것을 지키면 모두가 편한 일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대종 울산중구문화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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