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봉희 울산마두희축제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축제는 끝났지만 여운은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6월2일부터 사흘간 중구문화의거리와 태화강변 일원에서 열린 울산마두희축제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마두희축제는 울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지역축제의 흥행 요소를 골고루 담아 사흘간 48만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축제장을 찾아 함께 즐겼다. 이 축제는 울산의 옛 전통문화를 현대에 재현해 지역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마두희(馬頭戱)는 말의 머리를 가지고 노는 놀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울산의 큰줄당기기다. 조선 영조 때 학성지에는 울산의 동대산과 무룡산에서 시작해 방어진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울산의 지형에 대해 바다에 함몰하는 울산의 정기를 줄에 걸어 잡아 당겨오자는 의미를 담아 줄다리기를 했다고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 때 중단됐다가 이후에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 2012년 중구문화거리축제에서 축제 속의 행사로 재발굴했고, 2014년부터 울산마두희축제로 했으니 다시 빛을 보게 됐다.

2년 만에 열린 올해 축제는 큰줄다리기 복원과 함께 단오를 포함한 역사적 풍속도를 현대판으로 시현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중구 시계탑사거리에서 3000여명이 참가한 큰 줄다리기를 중심으로 주무대인 문화의거리 일대와 태화강변를 비롯한 6개의 보조무대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씨름대회와 울산큰애기 선발대회, 태화강변 비녀목 설치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열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를 즐겼다.

3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마두희가 현대에 다시 빛을 발할 수 있게 된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잔치(축제)의 본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양쪽의 늘어선 사람들이 함께 줄을 당기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단합하고 경쟁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도 유사한 줄다리기 행위들을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영산줄다리기, 동래줄다리기, 기지시줄다리기 등이 대표적인 줄다리기 행사다. 가까운 일본에는 사가현 가라 쓰시 규슈에서 매년 8월15일 만조 때 바다에 들어가 길이 35m의 줄을 당기는 ‘바다 본나와 줄다리기’가 유명하다. 이탈리아 산타피나축제의 줄다리기와 태국 코끼리 줄다리기, 호주 쿡타운 트럭줄다리기,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게임 등도 유명한 줄다리기 축제들이다.

울산마두희축제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고 주민이 참여하며 관광객의 유입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는 우수축제의 4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축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국 축제 중 처음으로 큰줄다리기 참여자에 대해 일인당 6000원의 참가비를 받고 진행한 것이다. 유료 참가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참가비를 내고 큰줄다리기에 참여한 시민 관광객은 자그마치 3000여 명에 달했다. 축제가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축제가 열린 일대 상권도 활기를 띄었다.

축제 기간 마두전을 발행해 원도심 중앙길과 문화의거리 상권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될 수 있도록 했고, 태화강변 푸드트럭존, 울산큰애기야시장 등에서는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여 축제 참가자와 상인들을 모두 만족할 수 있었다.

울산마두희축제는 울산의 종갓집을 내세우는 중구의 대표 상품이다. 올해 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은 박성민 중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 중구문화원, 마두희축제추진위원회 및 사무국, 행사 관계자들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 울산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축제를 옛 것을 되살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현대에 재해석하고 다양한 계층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돋보였다.

마두희축제는 울산시가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선정한 지역 대표 민속축제 중 하나다. 이제는 지역 축제에서 전국 축제로, 나아가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두희’하면 울산의 큰줄다리기축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국내외에서 열리는 줄다리기축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울산마두희축제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해외의 줄다리기축제와 교류해 축제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규모를 키우고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문화예술과 적극 연계하며 매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멋진 축제, 울산을 대표하는 마두희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봉희 울산마두희축제추진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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