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36)문원골 문화촌

▲ 박제상유적지 부근의 ‘문원골문화촌’의 모습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공기가 맑은 두동에 ‘문원골문화촌’이 조성되어 현재 이름이 알려진 곳만 10곳이 넘는다. 이 마을은 성공적인 전원주택단지의 모델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치술령 서북자락의 전원주택단지
삼면이 산, 사계절 변화 확인 가능
전선 지중화로 깨끗한 가로경관에
다람쥐 넘나드는 평화로운 모습까지
마을 전체가 조화 이루고 있어
귀농 인구 증가속 주목할만

오랜만에 해외 나들이를 했다. 지중해 연안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낭만이 넘치는 나라들을 둘러보면서 부러움에 빠졌다. 하늘 높이 치솟은 멋진 건축물도 좋았지만 대자연과 오래된 마을 등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프랑스 니스 앞바다의 맑은 물빛은 30년 전에 보았던 그대로였고, 그 당시와 별로 변화가 없는 단층짜리 건물, 낯익은 거리를 보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나라 해운대도 그 아름다움이 니스에 뒤지지 않지만 해안선 가까이 키 큰 호텔과 아파트들이 들어선 모습은 생각만 해도 숨이 콱콱 막힌다. 니스처럼 최소한의 개발로 자연을 그대로 보존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유명한 화가 마르크 샤갈이 약 20년간 살고 생을 마감한 일명 ‘샤갈의 마을’이라 일컫는 생폴드방스를 찾았다.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수백 년 세월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16세기에 만들어진 마을 내부에는 중세풍의 건물이 가득했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과 계단을 걸어서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중세시대 서양인이 된 듯 기분이 묘해졌다. 마을에는 아직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골목 구석구석에는 70여개의 아틀리에와 갤러리가 있었다. 어디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람이 집을 닮듯이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마냥 아름다워 보였다.

이탈리아 남부의 포지타노 마을은 또 어떠한가.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한다는 아말피 해안, 그 해안가로 이어지는 산자락에 멋진 전망을 가진 그림 같은 마을이다. 아말피 해안이 오래된 이 마을을 품고 있었기에 세계에서 아름다운 곳 1위가 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였다면 이런 곳에 호화판 호텔들이 들어섰으리라고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조상들이 남겨준 옛것을 잘 보존하여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들인 두 마을을 보고 사람들은 근원적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오래됨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구나 생각했다. 오래됨의 가치, 전원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마을이 없지 않다. 북촌마을, 하회마을, 양동마을, 전주한옥마을, 낙안읍성 등 주로 아름다운 한옥으로 조성된 마을들이다. 하회마을만 해도 영국 여왕이 방문하여 감탄했던 만큼,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한옥마을들을 잘 보존하면 세계적으로 희귀한 관광자원이 되기에 충분하리라.

한옥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남해 독일마을을 비롯해 현대적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마을들이 생겨나고 있다. 강변이나 해안가, 산골을 따라 가다보면 전원주택이 군락을 이루며 그림처럼 예쁘게 지어져 있다. 몇 주 전 남해 독일마을을 거쳐서 원예예술촌에 들렀다.

그 마을에 들어가려면 5000원의 입장료가 필요하다. 마을을 구경하는데 돈을 내야 한다니 우스웠지만 한 바퀴 둘러보니 그럴만했다. 마침 마을 조성 10주년 기념 꽃밭축제가 열려서 그런지 아름다운 마을은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누적 입장객 수가 200만 명을 넘은지 오래되었다니 관광자원화를 위한 남해군의 지원이 돋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전원주택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데 울산에도 그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척과, 두동, 소호, 석천, 상북, 소호 등지에 수없이 생겨난 전원마을들은 조경과 건축이 기존 마을과 달라 어디 없이 아름답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박제상유적지 부근의 ‘문원골문화촌’을 찾았다. 이 마을은 성공적인 전원주택단지의 모델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10여 년 동안에 여러 차례 방송을 타기도 했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공기가 맑은 두동에는 일찍부터 전원 마을이 들어섰다. ‘흙사랑동네’를 시작으로 ‘문원골문화촌’이 조성되어 현재 이름이 알려진 곳만 10곳이 넘는다.

▲ ‘샤갈의 마을’이라 불리우는 생폴드방스 마을.

치술령 서북 자락에 자리한 문원골문화촌 입구의 마을 표지석에는 마을 조성 당시의 18세대 세대주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마을의 특징은 집집마다 조경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집 정원을 모델로 제시하거나 관상수를 공동 구매하는 등으로 조경 수준의 평준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거기에 각자 취향이 가미되어 마을 전체의 조화가 이루어졌다.

생나무 울타리로 경계를 지어 길고양이가 울타리를 뚫고 다니고, 있으나 마나한 배꼽까지 오는 돌담 위로 다람쥐가 넘나드는 평화로운 모습이 연출된다.

▲ 이탈리아 남부의 아말피해변.

이웃집 조경이 내집 조경이 되고 내집 조경이 이웃집 조경이 되는 차경(借景)이 돋보인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져 사계절의 변화를 확실히 볼 수 있어 좋고, 전선을 땅에 묻어 자연을 거침없이 감상할 수 있다.

입소문 따라 마을에 구경 온 사람이 “이런 곳에 살면 늙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한마디 건넨다. 자연이 심신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지 모른다.

▲ 이선옥 수필가·전 문화관광해설사

구경꾼 때문에 입주민들이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다면 행복한 불편함이 아닐까? 오늘 나들이에서 고헌산과 백운산 쪽 찬란한 일몰을 보았고, 치술령 너머로 내미는 보름달의 아름다움에도 취했다.

지난해까지 귀농귀촌 인구가 5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10년 동안에 330배나 늘어났다니 놀란 만하다. 여러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이들을 유치하려고 지원과 홍보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울산도 이런 쪽으로 더 시선을 돌려야 할 것 같다. 이선옥 수필가·전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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