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업 이어 20년째 목욕탕 운영 김상수·조양숙씨 부부

▲ 울산 중구 우정동에서 강남탕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수, 조양숙씨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태준 인턴기자

30년 이어온 부모님 가업
그자리에 건물 다시 지어
한자리에서 50년째 운영
20% 이상 저렴한 목욕비로
2012년 착한가격업소 등록

울산시 중구 우정동에서 대중목욕탕 ‘강남탕’을 운영하는 김상수(73)·조양숙(여·67)씨 부부는 올해로 20년째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의 부모 가업을 이어받은 것으로 이 목욕탕은 역사가 50년이 넘는다.

지금과 같은 자리에서 30여년간 목욕탕을 운영했던 남편 김씨의 부모는 과거 야음동과 대현동 일대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급격한 공업화로 과수원 주변에 공단이 들어서면서 김씨의 부모는 우정동 지금의 자리에 목욕탕을 열게 됐다.

1976년 결혼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과 섬유관련 사업을 하던 김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운영하던 사업체를 정리하고 1997년에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왔다.

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혼자 오래된 옛날 목욕탕을 운영하시기 어려웠던데다 어머니가 가업을 잇기를 원해 건물을 다시 지어 목욕탕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새롭게 건물을 지어 목욕탕을 운영하게 됐지만 그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부인 조씨는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에 내려와 목욕탕 건물을 짓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터졌다”며 “갑자기 자재값이 폭등하는 등 건물 신축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모가 운영할 때만해도 단층 건물에 여탕과 남탕이 나란히 있는 소규모 ‘동네 목욕탕’이었지만, 김씨 부부가 새로 건물을 지으면서 목욕탕은 번듯한 5층 건물로 변모했다. 남·여탕 합쳐 660㎡(200여평) 규모로 당시만 해도 울산에서는 제법 큰 목욕탕으로 손꼽혔다.

과거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던 우정동 일대는 2000년대 초 주택가가 밀집돼 있고, 주변 인구가 꽤 많아 목욕탕을 찾는 손님이 하루 평균 300~400명이 될 정도로 성업을 이뤘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연령이 고령화되고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주변 상권은 점점 위축됐고, 헬스클럽과 골프연습장 등을 함께 갖춘 대형사우나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부부의 업소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김씨는 “대형사우나들이 많이 생기면서 작은 목욕탕들이 점점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동네 주민들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착한가격업소에 등록된 김씨 부부의 업소의 목욕료는 성인 기준 5000원으로 6000~7000원선인 다른 곳에 비해 20% 이상 저렴하다. 주변 지역민들이 연령대가 높고 최근 생긴 다른 업소들에 비해 시설 규모가 작다보니 김씨 부부는 가격을 저렴하게 받고 있다.

김씨는 “손님이 예전 보다 많지 않다보니 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잊지 않고 우리 업소를 찾는 단골 손님들을 위해 여든이 될 때까지는 꾸준히 운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