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총리 부인에 310억 달러 짜리 다이아 선물 의혹도

▲ 2016년 9월 2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제9차 총회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말레이시아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된 미국내 자산에 대한 추가 압류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7월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 상당의 횡령 자산에 대한 압류 소송을 제기한 이후 5억 4000만 달러(약 6000억 원) 규모의 은닉자산이 추가로 확인된 결과다.

1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빼돌린 나랏돈으로 조성된 미국내 자산에 대한 추가 압류 소송을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장은 헬리콥터 이착륙장과 영화관, 헬스장 등 시설을 갖춘 1억 6500만 달러 상당의 호화 요트와 1994년 개봉한 미국 코미디 영화 ‘덤앤더머 투’의 판권 등을 압류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밖에 각각 320만 달러와 92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피카소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 수백만 달러 상당의 보석류 등도 압류해야 할 자산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케니스 블랑코 미국 법무부 차관보 대행은 “오늘 제기한 소송은 다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이뤄진 이번 사기 사건에 새 장을 열었다”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횡령 자금의 규모는 45억 달러(약 5조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미국 법무부가 처음 관련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개시했을 당시 밝힌 횡령 규모(35억 달러)보다 10억 달러나 늘어난 금액이다.

그는 “말레이시아 일반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빼돌려진 돈은 공모자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뒷받침하는데 쓰였다”고 덧붙였다.

▲ 2016년 8월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비자금 의혹에 휘말린 나집 라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1MDB 스캔들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측근들이 1MDB에서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1MDB는 나집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에 설립한 회사로, 2015년 말 천문학적 부채가 드러나면서 비리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에 6억 8100만 달러(약 7700억 원)의 돈이 흘러들어 간 정황도 포착됐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 돈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합법적 정치기부금이라고 판정하고 수사를 종결했지만, 자금세탁처로 이용된 미국·스위스·싱가포르 등은 1MDB에서 최대 60억 달러가 횡령됐다고 보고 국제 공조수사를 벌여왔다.

횡령된 자금 중 일부는 2013년 개봉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 제작에 투자됐다.

▲ 2016년 10월 17일 헐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 시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디캐프리오 재단 측은 15일 말론 브란도의 1954년 오스카상 트로피 등 해당 영화의 제작사인 레드 그라나이트에서 기증 받은 물품을 모두 반납했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미국 법무부가 압류 대상으로 지목한 피카소와 바스키아의 작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 그라나이트는 나집 총리의 의붓아들이자 1MDB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리자 아지즈가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기업이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소장에서 나집 총리의 측근으로 1MDB에서 빼낸 돈을 세탁,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백만장자 조 로우가 2013년 4월부터 2014년 9월 사이 보석류를 구입하는데만 약 2억 달러를 쓴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조 로우는 2014년 초 2730만 달러(약 310억 원)짜리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말레이시아 공무원 1’의 부인에게 선물했다.

‘말레이시아 공무원 1’은 미국 법무부가 나집 총리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조 로우는 같은해 말 나집 총리의 부인에게 재차 130만 달러짜리 금목걸이를 건넸고, 당시 자신의 연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호주 출신 톱모델 미란다 커에게도 800만 달러 상당의 보석류를 선물로 줬다고 미국 법무부는 밝혔다.

나집 총리 측은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나집 총리의 언론담당 비서인 퉁쿠 사이푸딘 퉁쿠 아흐마드는 성명을 통해 미국 법무부가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필요하고 쓸데없이 특정 사안과 개인을 언급한데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자산 압류 이상의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미국 정부가 최근 친중(親中) 행보를 보여 온 나집 총리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MDB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미국 법무부가 의혹을 뒷받침할 어떤 문서적 증거나 증인 진술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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