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기술적 문제’ 공식 해명…“임금 50%만 지급 통보” 반박도
‘드림걸즈’도 배우교체로 홍역…뮤지컬계 구조적 문제 수면에

뮤지컬 ‘드림걸즈’에 이어 뮤지컬 ‘햄릿’이 갑작스런 공연 취소로 관객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뮤지컬 ‘햄릿’은 무대 장치 이상으로 인한 취소라는 제작사측의 공식 해명과 달리 임금 체불이 공연 취소로 이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16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예정이었던 뮤지컬 ‘햄릿’은 관객이 입장한 상태에서 50여 분 지연되다 돌연 취소됐다.

무대 기술 감독은 관객들에게 “공연 직전 생긴 조명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오늘 공연을 취소하고 환불 및 재관람권 지급 절차 등을 진행하겠다”며 사과했다.

영문을 모르고 자리에 앉아 공연 시작을 기다린 관객들은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일부 관객들은 공연장에 남아 부실한 대응에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공연계 안팎에서는 이번 공연 취소가 제작사인 더길의 ‘임금체불’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어제 ’제작사 사정으로 임금의 50%만 우선 지급하게 됐다‘는 취지의 문자가 스태프들에게 간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취소를 단순 무대 결함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공연업계 관계자도 “일부는 계약금만을 받고 이후 공연 진행에 따라 받아야 하는 돈을 거의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제의 공연 취소는 스태프들의 제작사를 향한 경고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다른 공연업계 관계자는 “정말 무대 문제였다고 해도 취소 결정이 너무도 늦게 이뤄진 것”이라며 “여러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더길 관계자는 “어제 배우와 스태프 등이 모두 공연을 위해 대기하던 상황”이라며 “임금 체불로 인한 공연 취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무대도 복구를 마쳤다”며 “오늘은 원래 공연이 없고 내일 공연부터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사고가 잇따르며 뮤지컬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일에도 대형 뮤지컬 ‘드림걸즈’가 공연 시작 후 약 한 시간 만에 배우의 건강 문제로 공연을 중단한 바 있다.

배우에게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기는 것이야 불가항력적인 일이지만, ‘커버’(주역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 배우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제작사의 안일한 대응이 문제로 지적됐다.

드림걸즈는 지난 8~9일 공연을 취소했다가 다시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들의 건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른 배우(티파니 만)를 오는 17일부터 급히 대체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 뮤지컬계는 관객 숫자에 비해 공연 편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공급 과잉과 제작비 거품, ‘돌려막기 식’의 투자 관행 등으로 진작부터 몸살을 앓아왔다.

2014년에도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임금 체불로 인한 배우들의 출연 거부로 공연 시작 10분 전 갑자기 취소되는 사태가 터지기도 했다.

작년에는 아시아 초연 예정이던 뮤지컬 ‘록키’가 대관료를 지급하지 못해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만일 임금문제 등이라면 고질병 중의 고질병이 또 터진 것”이라며 “수익을 못 내도 빚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식의 해묵은 관행이 여러 문제로 노출돼왔음에도 여전히 고쳐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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