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액 기준 보완과 농수산물 제외 시행령 개정 요구 나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관련 분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고 제재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올 연말 나올 예정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결과 등 구체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작년 9월 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천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가 청탁금지법 시행에 대해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응답자들은 이 법이 부정부패와 비리, 부정청탁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시행령이 허용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올려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52%가 찬성하고, 41%는 현행대로 두자고 했다.

현재 시행령이 허용하는 기준은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이른바 ‘3·5·10만원 규정’으로 불린다.

이를 두고 식당 등 소상공인이나 농어민 피해를 줄이고, 현실성을 고려해 음식물과 선물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제기돼 왔다.

‘5·9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0(음식물)·10(선물)·5(경조사비)로 고치고 농축수임산물을 제외하겠다고 공약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3만원과 5만원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반드시 검토해 최단 시간 내에 조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3·5·10만원 규정을 10만원으로 통일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총리실 산하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법제이슈 브리프’에서 김정현 연구위원은 “음식물·선물·경조사비에 대해 일률적으로 10만원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음식물·선물에 10만원 기준이 너무 높다고 할 수도 있지만, 10만원은 과태료 부과 기준일뿐 해당 금액의 음식물·선물을 권장하는 기준이 아니다”라며 “낮은 금액을 설정해 법 위반자를 지나치게 양산함으로써 사문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연구위원은 권익위로부터 위탁을 받아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참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청탁금지법에 대해 수정 검토를 할 때가 됐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김영란법을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맑고 깨끗한 사회라는 가치는 포기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피해를 보는 분야가 생겨선 안 되기 때문에 양자를 다 취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지 검토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도 이달 14일 인사청문회에서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서 법을 개정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3·5·10만원 규정 개정과 관련해 말을 아낀다.

권익위 관계자는 17일 “청탁금지법에 손을 대려면 국민이 납득할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청탁금지법의 경제적 상관관계 등을 연구한 결과가 올 12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올해 4월 자체적으로 청탁금지법을 연구과제로 선정했으며 권익위가 용역을 의뢰한 것은 아니다.

권익위는 학생이 교사에게 캔커피, 카네이션을 주는 행위도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정했다.

학생에 대한 평가를 상시로 담당하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선물은 가액기준인 5만원 이하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목적을 벗어나므로 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캔커피·카네이션도 안된다는 원칙을 두고 일각에서는 “너무 삭막하지 않으냐”고 지적하지만, 권익위는 “캔커피 하나 준비할 수 없는 학생들도 있다. 원칙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선을 긋는다.

마찬가지로 3·5·10만원 규정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개정 필요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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