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인천 여아 살인사건을 재조명하며 범인 김양과 공범 박양이 만난 것으로 알려진 ‘캐릭터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높다. SBS캡처.

1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인천 여아 살인사건을 재조명하며 범인 김양과 공범 박양이 만난 것으로 알려진 ‘캐릭터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범인인 김양이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여부와 범인인 김양이 살인을 하게 된 동기, 사건 발생 이후 밝혀진 공범 박양과 김양의 관계에 대해서 집중 조명했다.

그 과정에서 김양이 캐릭터 커뮤니티에 심취해 있었으며 공범 박양 역시 이 곳을 통해 만났다는 것이 밝혀졌다.

캐릭터 커뮤니티란 커뮤니티 운영자가 직접 창작하거나 혹은 특정 영화나 게임 등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가상의 캐릭터가 되어 역할극을 하는 것이다.

캐릭터 커뮤니티는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운영되는데 범인인 김양은 부상이나 사망, 살인 등의 심각한 내용이 담기는 시리어스 캐릭터 커뮤니티에 심취해 있었다. 시리어스 커뮤니티에서는 스토리에 따라 가상의 캐릭터가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잔인하게 살인 되는 내용 등이 다뤄진다.

이런 내용이 방송을 통해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캐릭터 커뮤니티’의 유해성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캐릭터 커뮤니티와 캐릭터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에게 욕설이 섞인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캐릭터 커뮤니티’가 유해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김양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캐릭터 커뮤니티’를 근절시키면 문제도 해결될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캐릭터 커뮤니티 때문에 김양이 범죄를 저질렀다 볼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표창원 의원은 “이런 범죄를 볼 때 하나는 화약, 다른 하나는 뇌관이나 혹은 심지, 그리고 불이다. 이 세가지가 만나면 터지는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 커뮤니티나 고어물이 어떤 역할이냐? 쉽게 보면 불을 당기는 역할이지만 사실 사회관계가 튼튼하고 개인적, 인격적, 정신적 문제가 없다라고 한다면 그런 컨텐츠(잔인한 컨텐츠)를 접한다고 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살인사건의 동기로 게임 중독이 거론될 때마다 잔인한 컨텐츠가 담긴 게임이 강력 범죄를 부추긴다며 사회적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가해자들이 사회에서 밀려나 온라인 공간에 빠져들며 어떻게 사회와 격리되었고 범죄에 대한 환상을 키워갔는 지에 대해서는 명백한 사회병리적인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되며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는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전형적 코스가 있다. 첫째로 가정 안에서 본인이 힘들어 하는 것을 이해받지 못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친구 경험 역시 좋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김양이 지인들과 나눈 실제 대화 내용을 보면 김양 역시 가정 내에서의 불화와 학교 생활이 원만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던 김양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선택했고 자신을 이해해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에 쉽게 빠져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양이 SNS나 캐릭터 커뮤니티에 집착한 것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에서)자아 정체감이 형성될 수 있는 기회과 박탈이 되면서 결국 그 빈공간을 SNS 등 온라인 공간상에서 자기가 누군지를 찾아나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일은 비단 김양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청소년들의 자아정체성 형성에도 인터넷 공간이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여성가족부 2017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청소년의 99.6%는 하루에 1회 이상, 이메일, SNS, 채팅 등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인터넷 공간은 최근 청소년들의 중요한 의사소통 공간인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공간으로 청소년 자아정체성 형성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은 상태이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는 법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유해 컨텐츠를 접하기도 쉽다. 실제로 중·고등학생이 유해매체를 접한 주된 경로 중 하나가 ‘인터넷 포털사이트(27.6%)’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컨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현실에서 불만이 많던 청소년들이 사이버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정체성을 만들고 이룬 세계를 일방적으로 유해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심을 부른다”며 “대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 마지막에 MC 김상중은 “이번 일을 범죄를 저지른 두 아이의 이상행동으로만 치부하면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비슷한 사건을 미리 막을 수 없다”며 “우리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살펴보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포기하고 괴물이 되어 가는 아이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남을 앞서서 달리는 것만 가르치는 학교, 그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가 포기해서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이런 현실에서 괴물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어른들이 만든 비인간적인 환경을 먼저 바꿔야만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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