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부 기자

“가정용 혈압계를 드릴까요, 아니면 전동칫솔을 드릴까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공단측이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어본다. 금연 축하선물을 주기 위해서다. 혈압계 또는 전동칫솔 중 희망하는 제품 하나와 체중계를 함께 준다. 두 제품을 합쳐 인터넷 최저가는 약 15만원 가량이다.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담배를 끊었는데, 고가의 선물까지 공짜로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동칫솔을 이미 사용하고 있으면서 혈압계도 필요없는 이수자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신에겐 전혀 필요하지 않는 정말 말 그대로 ‘무용지물’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지난달 23일 울산시민들이 상당수인 한 인터넷 카페에 상품으로 받은 혈압계와 체중계를 각각 10만원과 1만50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선물과 동일한 제품인 점으로 미뤄보면 금연 축하선물로 추정된다. 같은 카페에는 지난 11일에도 공단이 지급한 선물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해당 혈압계 제품명을 입력해보면 금연 축하선물로 받은 물품을 중고로 판매한다는 글을 다수 찾을 수 있다.

물론 선물로 받은 제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되파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공단이 세금으로 구입해 지급한 금연 축하선물을 다시 돈을 받고 판매하는데 대한 도의적인 문제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지난해엔 혈압계와 전동칫솔 이외에도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밴드’ 등 금연 축하선물이 4종류였지만 올해엔 2종류로 축소됐다. 그러다보니 자신에겐 무용지물인 선물을 받아 되파는 행위가 더욱 많아질 수 있다.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금으로 구입된, 공짜 선물을 비흡연자에게 돈을 받고 판매할 경우 비흡연자 입장에선 역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분명히 가질 수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위해 추진한 금연정책이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금연 프로그램 이수자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준다면 이같은 문제는 단번에 해결된다. 건강보험공단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왕수 사회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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