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가 제전항에 소규모 마리나항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13일 북구청은 이를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10월까지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구는 롯데의 강동 리조트 개발 지연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바다를 이용한 관광 활성화의 여지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마리나항 조성에 있어서는 울주군의 경험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마리나항은 인프라 조성에 매우 큰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바다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므로 일단 시설을 만들고 나면 원상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을 들여 타당성 조사를 하기에 앞서 먼저 북구가 자체적으로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마리나항은 요트 등의 선박을 위한 계류·수역시설을 갖추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양레저시설을 갖춘 항만을 말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해양레저가 활발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는 2009년 12월 전국에 마리나항만시설을 43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2015년에는 58곳으로 늘려 잡고 지자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많은 지자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는 있으나 현재 조성 중인 곳은 울진 후포, 포항 두호, 당진 왜목 등에 불과하다.

울산에서도 울주군이 서생면 진하를 마리나항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2008년부터 공을 들였다. 하지만 민간자본 유치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초 마리나항개발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함으로써 사실상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진하해변에 해양스포츠센터 착공에 들어간 울주군은 “해양레저의 수요가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마리나항 조성을 추진하겠다”며 미련을 버리지는 않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리나항의 활성화는 예고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해양레저인구의 증가 추세와 그에 따른 시기·규모를 얼마나 적절하게 포착하느냐에 성공여부가 달렸다. 더구나 울산 북구처럼 요트 6척 정박이 가능한 소규모 마리나항은 자칫 지역 사회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요트를 가진 몇몇 특정인에 계류장을 제공하는 특혜를 주는 결과만 낳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규모 마리나항인 부산 수영과 경북 후포·두호 등지와 거리상으로 가까워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중복투자와 예산낭비를 피한다는 차원에서 해양레저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울주군과의 조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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