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사회부 차장

요즘들어 울산교육계가 참 초라해 보인다.

울산지역 2곳의 고등학교가 학생의 ‘인권’과 학부모와의 ‘약속’ 앞에 허물이 벗겨졌다.

일반계고 중 울산에서 공부잘하는 순위로 2번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학력 우수학교로 인식되어 온 우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가 폭력을 휘둘렀다며 하루에 경찰에 2번이나 신고하는 사고가 발생해 교육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교육당국이 진상조사를 한 결과, 과도한 생활지도로 학생인권 침해가 사실로 드러났다. 학생과 교사간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울산 교육계에 유례없이 교사 10명이 무더기로 정직과 감봉, 견책, 불문경고 등 징계를 받았다. 수업과 학생지도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 등 학생의 자존감을 침해하는 행위 등으로 징계 처리됐다. 이번일을 교훈삼아 학생들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를 새롭게 혁신하고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노력하겠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학교안에서 나왔다.

사태 이후 각 학년 학부모 대표, 학생 대표, 교사 대표가 대화를 통해 생활규정완화 등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학교의 이런 다짐은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 교육당국도 부랴부랴 재발방지책이라며 학생권리보호 조례 제정 카드를 제시했다. 일부학교에서는 ‘학생 인권의 이해’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육당국이 밝힌 대책에 대해 “실제로 어느정도 재발방지에 효과를 가져다 줄지 모르겠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자율형사립고’ 타이틀을 떼고 일반계고로 전환을 선언한 성신고등학교는 1년여전 학부모와의 약속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이 학교는 지난해 일반고 전환 움직임과 관련해 언론보도가 나간 뒤 ‘일반고 전환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발언을 뒤집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교 형태를 변경하는 중요한 현안을 추진하면서 교육의 제1 수요자인 학부모들은 철저히 소외됐다며 울분을 토한다.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1인 시위와 교장퇴진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교간 믿음과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까. 이를 바라보는 학생들은 또 어떤 마음으로 학교를 오갈까.

위 두 사례를 보면 과연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이 어느 수준인지, 또 학부모가 학교의 주체로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교권과 학생인권, 중요성과 우선순위를 따지는데 어느 한쪽으로 무게감이 쏠리진 않을 듯 싶다. 학생들도 교내에서 인권주체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는데 이견을 달 교육자는 없을 듯 하다. 걱정스러운 건 이번 사태로 혹여 교사가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을지, 또 학생은 교사에게 존경의 마음이 줄지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 신뢰와 믿음이 사라지고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서는 교육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입시 성과위주의 학교 운영에 대해서도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낸다. 일련의 사태로 울산지역 교육주체들이 모두 멍 들었다.

“학생권리보호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것 만으로 울산시교육청의 역할이 끝난 게 아니다. 급한불부터 꺼 보자는 식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소한 경찰이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에 출동하는 사례는 두번다시 없도록 해야한다.

이형중 사회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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