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희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얼마 전 기회가 닿아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효(孝) 공연을 관람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리꾼인 김영임씨의 효 콘서트를 보며 점점 퇴색되어가는 효의 본질과 참된 의미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쉬움도 많았다.

공연의 주제는 효를 어떻게 올바르게 실현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으로 효를 직접 실천해야 할 자녀세대가 보고 느껴야 할 내용이었지만 정작 객석의 80% 이상을 매운 관람객은 70~80대 어르신들이었다. 이 모습을 보며 우리의 전통적 사고방식과 정체성을 담아낸 ‘문화’에서도 세대 간 단절이 여실히 나타난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무엇보다 효 사상은 인간이 아주 오랜 옛날 가족중심의 사회성을 확립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난 중요한 정체성이다.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효의 의미를 알기 위해 공자가 내세운 효 관념을 살펴보면 첫째, 부모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강조한다. 둘째, 부모에게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맹자는 효를 백가지 행동의 근본으로 보고 효를 ‘제왕의 도’라 칭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효자로 이름난 율곡 이이 선생 역시 효는 가족을 보살피고, 대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나아가 나라를 섬기는 충(忠)의 근간이라 설명했다.

이처럼 효 사상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문화콘텐츠 중 하나다.뿐만 아니라 착한 행동을 권하고 나쁜 행동을 벌하는 권선징악(權善懲惡)의 가르침이나 올바르지 못한 세태에 대한 해악과 웃음을 담은 풍자는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해도 만고불변의 가치를 가진 우리 고유의 문화 그 자체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울산의 종갓집을 표방하며 ‘문화’를 통해 도심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우리 중구는 조상의 얼과 혼을 담은 문화콘텐츠를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의 모티브로 활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 년간 보여 온 우리 중구의 문화 전도사로서의 행보는 고무적이라 평하고 싶다.

오랜 시간 역사 속에 묻혀 있었던 ‘마두희(馬頭戱)’ 큰 줄다리기를 부활시켜 중구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시켰고 ‘울산큰애기’라는 추억의 대중가요 속 주인공을 관광캐릭터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특히 중구가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면서 캐릭터화되기 시작한 울산큰애기는 그 자체만으로 남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960년대 가수 김상희씨가 서울을 향한 시골 젊은이들의 로망을 담아 발표한 노래 ‘울산큰애기’는 돈을 벌기 위해 홀로 서울로 떠난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한눈팔지 않고 모범적으로 살아간 울산여성의 지고지순함을 담고 있다.

어쩌면 스토리 자체가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할 내용이지만 중구는 이러한 울산큰애기에게 종갓집 중구를 든든히 지키는 맏며느리의 이미지에 재치와 유머, 사랑스러움을 더해 훌륭히 캐릭터로 만들어내고 있다.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던 옛 이야기 속 주인공이 울산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원도심 중구의 뚝심과 근성이 어우러져 세대불문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된 셈이다.

한 나라의 민족이 가진 고유의 문화는 쉽게 바뀔 수 없다. 그 속에는 그 민족만이 가진 독특한 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문화라고 해서 전 세대들에게 일방적인 주입을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그 정체성은 그대로 간직한 채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문화전파를 이뤄낼 수 있다.

중구가 향후 문화관광도시로 더욱 큰 도약을 이루기 위해 우리 울산이 가진 역사와 전통의 굴레 속에 간직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적 자산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한편, 이를 통해 세대 간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질 수 있도록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복희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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