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

“어떤 조직이든지 그 조직이 만들어진 목적과 미션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없어져야한다. 그 조직이 백성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조직이 조직의 설립 목적과 미션을 얼마나 잘 감당하고 있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다.”

지난해 3월 이곳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 부임한 이후 우리나라가 처한 모방경제의 한계를 넘어 미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창의적 산업의 새싹을 길러보고자 나름대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젊은 직원들이 센터에 대한 외부의 시시비비를 만나 낙담할 때 마다 그들과 나눈 대화의 요지다.

초기에는 ‘창조경제’라는 용어의 생경함과 그 정의의 불분명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었고,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만들었다며 비난하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상반된 비판을 하곤 했다. 이러한 논란은 새 정부가 창업의 활성화를 국정의 중요한 지표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수도권 창조경제센터의 모 팀장이 ‘창조경제를 정치적으로만 접근, 평가하지 말고 그 본질인 새로운 산업의 싹을 기르는 스타트업 지원과 그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일을 평가해 달라’는 호소를 보며 젊음을 던져 이 나라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읽혀져 가슴이 먹먹해 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그 팀장은 5개 국어에 능통한 실력파로서 다른 기회를 마다하고 창업과 그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는 분이다. 우리 센터만 하더라도 국내외 유수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젊은 직원들이 창업을 지원하여 많은 글로벌 스타트업을 기르는 것이 훨씬 더 큰 보람이라며 박봉에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젊은이 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제도이던가에 일정한 기간을 시행해 보고 나서 당연히 그 효율성을 따져 봐야 하고, 그것이 낮을 경우에는 개선하거나 심지어는 폐지하는 것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검토 없이 전 정부가 역점을 둔 사업이라거나 단순히 ‘창조경제’라는 이름만으로 무조건 싫다는 편견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또 다른 낭비를 초래하고, 이 일에 열정을 다하는 젊은이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센터가 위치한 울산은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나라 산업화의 견인차 역할을 강력하게 해온 자타가 공인하는 ‘산업수도’이다.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수출만 보더라도 2011년 한해 총 수출액 5000억달러의 20%인 1000억달러를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가 채 안되는 울산이 감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기업 주도의 경제발전이 한계에 이르며 작년 수출액이 650억달러에도 미달했고, 지난 50년간 계속 늘어나던 울산의 인구도 작년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 전체를 보더라도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초 단기 급속 성장으로 산업화를 이뤄왔지만, 2006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12년째 횡보를 하고 있으며, 대기업에 의한 고용확대의 정체 등으로 청년실업 증가로 위기에 처해 있는게 현실이다.

이렇게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결국 모방경제의 한계라는데 별다른 이의가 없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고자 시작한 것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창업의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기존 기업의 혁신을 골자로 하는 창조경제라고 생각된다.

물론 전국의 센터들이 당초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만족할 만 하다는 대답을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음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기업이란 것이 어찌 1, 2년의 짧은 시간에 길러낼 수 있겠는가. 울산센터만 하더라도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 막 새로운 미래 기업의 싹을 발굴해 성장을 시작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며 조금 더 지켜보며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권영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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