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상 울산시티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전문의
지난 14일 나이언틱사는 ‘포켓몬고’ 출시 1주년을 맞아 이벤트를 시작했다. 국내에도 출시된 지 5개월 정도 지났는데, 처음에 방송과 신문을 뒤덮을 정도의 엄청난 포켓몬고 열풍에 비하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듯 조용하기만 하다. 포켓몬고가 출시되면서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이라는 독창적인 콘텐트로 인해 건물 안에 앉아있을 사람을 야외로 끌어내어 걷게 만드는 일들이 실제로 가능하게 된 것은 분명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의 엄청난 변화의 시작임에는 틀림없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은 포켓몬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스마트폰을 보고 걸으니 사고위험이 많다던가 많이 걷게 되면 관절에 무리가 간다던가 하는 우려와 함께 야외활동시간을 증가시켜 더 건강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6일 세계적인 학술지인 영국 내과학회지(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포켓몬고를 한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아주 많이 걷게 되는 것은 아니며, 그 운동 증대효과도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발표됐다.

의외의 결과로 다만 6주간의 짧은 기간과 오로지 걸음수로만 운동 증대효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어 최근에는 헬스케어 밴드나 여러가지 앱을 이용해서 심박수, 호흡수나 칼로리 소모데이터 등을 종합해 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니 아직도 의학적인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포켓몬고를 즐기는 의사유저들이 필자의 주변에도 많다. 발표된 통계조사결과는 없지만 그들은 하루종일 진료실이나 연구실에서 햇빛도 보지 못하고 환자를 대하고 운동을 제대로 챙겨서 하기 힘든 상황에서 포켓몬고를 하게 되면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산책도 가능하게 되었고 더욱 활기가 생겼다고 한다.

단순히 게임에 심취해 ‘레벨업’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건강을 위해서 운동삼아 즐긴다는 것인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게 있다. 야외 활동이 신체활동을 증가시켜 혈액순환을 좋게하고 근육량을 증가시키며 질병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된 내용이다. 또한 북반구에 위치한 한국의 경우에는 이런 야외 신체활동으로 비타민 D 합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집앞 마트에도 차를 타고 가고, 시간을 아끼려고 걷지 않는 현대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포켓몬고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걸어야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건강법에서도 늘 조화가 중요한데 ‘웰빙’의 개념에서 충분한 식사와 수면, 휴식에 적당한 야외활동이 더해진다면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다.

김구상 울산시티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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