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울산암각화박물관, 20~21일 ‘2017 반구대암각화 국제학술대회’

▲ 20일 롯데호텔 울산에서 열린 2017 반구대암각화 국제학술대회에서 김기현 울산시장과 윤시철 울산시의회 의장, 신장열 울주군수, 국내외 암각화 전문가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10개국 전문가 등 200여명 참석
제작연대규명·보존·가설 등 제시
독자적인 가치 규정·홍보 과제로

울산시와 울산암각화박물관이 마련한 ‘2017 반구대암각화 국제학술대회’가 20일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김기현 시장과 윤시철 시의장 등 내빈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노르웨이, 호주, 미국, 볼리비아에서 건너 온 10개국 전문가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0일 개막했다.

‘고래와 암각화’ 제하의 이번 대회는 21일까지 이틀에 걸쳐 각 대륙을 대표한 석학들이 세계 곳곳의 바위그림 속 고래 문양과 포경 장면, 신화, 선사해양문화를 비교·분석하는 것으로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의 ‘대곡천 암각화군’이 인류가 지켜야 할 유산임을 부각시켜 세계유산등재를 하루빨리 성사시키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김기현 시장은 개막식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최고, 최대 암각화를 보유한 울산에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세계의 암각화 속 고래그림을 비교분석하는 행사를 갖게돼 영광이다. 탁월한 인류보편의 가치를 지닌, 대곡천 암각화군에 대한 학술·문화·역사적 가치를 재정립해 세계유산 등재를 앞당기는 지혜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제작 연대 규명, 그림 속 상황의 실제여부, 보존 방안에 중점을 둔 국내 저술·연구는 물론 선사인의 삶과 심리를 유추해 이를 기반으로 한 제작 경위를 설명하는 등 새로운 가설까지 제시했다. 특히 대한민국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이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수많은 고래문양 암각화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곡천 암각화 만의 독자적인 가치를 규정해 전 세계 관련 학계를 이해시키는 난제가 남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장 류익 르 껄렉(프랑스 아프리카연구소)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요나 스토리’를 차용해 신화나 전설 속 이야기를 후대의 선사인이 바위그림으로 기록했다는 독특한 의견을 내놓았다.

▲ 20일 롯데호텔울산에서 열린 반구대암각화 국제학술대회에서 장 류익 르 껄렉(프랑스 아프리카연구소) 박사가 ‘고래와 이야기’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그는 “선사인이 남긴 반구대 암각화가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 울산과 대한민국,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새로운 매개가 되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며, 앞으로 이같은 연구가 지속돼 바위그림 속 선사문화와 신화의 세계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건너 온 존 R. 존슨(산타바바라 자연사박물관) 박사는 북미~남미 태평양 연안에서 확인된 고래문양 바위그림 사례를 들려줬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가 경험에서 우러난 포경 행위를 묘사한 것인데 반해 북미~남미 연안의 고래바위그림은 초자연적 힘으로 고래가 해안까지 좌초되기를 바라는 선사인의 기원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신고래의 이동경로 중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는 호주 연안에서도 고래와 돌고래를 묘사한 바위그림이 확인되고 있다. 폴 타숑(호주 그리피스대) 교수는 “고래 바위그림은 시드니 분지에서 빈번하게 발견된다. 101점의 고래 그림은 시드니 분지 전체 암각화의 1.3%에 해당된다. 가장 큰 고래그림은 7.6m에 달한다. 바위그림 보존방안 연구는 멸종위기 고래를 구하는 동물보호 캠페인과 연계돼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발제자인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인류 최고의 고래 도감’이라고 규정한 뒤 “이를 제작한 선사인은 인류문명 사상 가장 이른 시기의 고래 전문가들이자 당시로서는 선진적인 포경업의 창시자들”이라고 말했다.

둘쨋날인 21일에는 △일본 아이누족의 고래사냥 △선사시대 아라비아의 고래사낭 △노르웨이 북부 전통암각화의 고래 이미지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해양수렵을 보여주는 바위그림에 관해 해외 전문가의 발표가 더 이어진다. 조파리 드 쉘뤼(프랑스국립발전연구원), 이상목(암각화박물관)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의 편년을 신석기시대로 추정한 뒤 이를 제작한 선사인을 ‘정주생활로 접어 든 수렵 채집인’ ‘정주사회를 영위한 해안 어로 생업 집단’으로 간주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들려준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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