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젊은 나이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 아냐”…고문 가능성 제기

“어떤 원인이든 적절히 치료했으면 결과 달랐을 것” 이송지연 책임론도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이 웜비어의 부검에 반대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하이오 주 해밀턴 카운티 검시관실은 이날 성명을 내 유가족의 반대로 부검을 하지 않고 시신 외관에 대한 검사만 했다고 밝혔다.

검시 당국은 웜비어의 귀국 항공기에 동승했던 응급의료팀과 그가 입원했던 신시내티 주립대병원으로부터 의료 기록을 넘겨받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웜비어의 방사선영상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그를 치료했던 신시내티 주립대병원 의사들과 광범위하게 면담해 사망원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시관실은 성명에서 “현시점에서 웜비어가 사망한 원인과 방식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살펴봐야 할 추가 의료 기록과 (방사선) 영상은 물론 면담해야 할 사람들이 더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검시관실 업무 일지에도 웜비어의 사망원인을 적는 공간에는 ‘미결’(pending)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당초 검시 당국은 웜비어를 부검해 20일 저녁이나 21일께 예비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유가족의 반대에 따라 시신과 의료 기록 분석을 통해 사인을 밝히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따라서 웜비어의 정확한 사인 규명이 미궁 속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라는 북한 당국의 설명밖에 없다.

그러나 신시내티 주립대병원의 검사 결과 보툴리누스 중독증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골절과 같은 부상의 명확한 징후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MRI 영상에서 나타난 뇌 손상 패턴이 심폐정지의 경우와 일치한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신경과전문의들은 웜비어의 혼수상태를 유발한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약물 과다복용이나 목조르기, 고문 등에 대한 알러지 반응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앤드루 조지프슨은 “일정 시간 동안 뇌에 혈류나 산소, 또는 둘 다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며 “젊은 나이를 고려하면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났을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 베이뷰 신경중환자실의 폴 나이퀴스트는 “어떤 부상이나 참작 가능한 이유가 없다면 그 나이대 환자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며 “어떤 종류의 무력 개입이나 고문 없이는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패혈증과 같은 감염이 발전하는 경우, 혈전이 폐로 이동하는 경우 등이 가능성 있는 가설로 꼽힌다.

다만 신시내티 주립대병원의 발표와 달리 보툴리누스 중독증을 원인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여러 달이 지나면 발병 증거를 찾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 측 설명이 맞더라도 웜비어가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면 뇌 손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듀크대 신경학 교수인 대니얼 라스코위츠가 밝혔다.

라스코위츠 교수는 “웜비어가 스스로 숨을 쉬고 있었다는 점에서 뇌사 상태는 아니었다”며 “그러나 1년 넘게 시간이 지나 의미있는 회복을 시킬 가능성이 작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떤 원인이든 간에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았거나 미국으로 곧바로 이송됐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라스코위츠 교수는 “북한이 웜비어에게 무슨 짓을 했든 간에 건강한 청년을 데려가 끔찍한 환경을 조성하고 그를 위험에 처하게 하면서 적절히 치료하지 않았다”며 “그의 몸에 어떤 문제가 있었든지 그것이 꼭 사망과 연결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 북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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