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내에 SK케미칼을 지주회사로 하는 소규모 지주회사 그룹이 생길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그동안 관장해온 사업 영역에 대해 교통정리를 하면서 독자경영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SK케미칼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인 SK케미칼 홀딩스(가칭)와 SK케미칼 사업회사로 조직을 분할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SK케미칼은 지난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48년 만에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된다.

SK케미칼은 최창원 부회장이 17.0%의 보통주를 쥐고 있는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0.7%인 대주주다.

그 밑으로 SK가스, SK플라즈마, SK건설 등의 자회사가 있는데 이를 지주회사 우산 아래로 모아 지배구조를 좀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SK케미칼은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존속법인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사업회사를 신설회사로 설립한다.

▲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SK케미칼 홀딩스의 우산 아래에는 SK케미칼 사업회사 외에도 SK가스, SK신텍, SK플라즈마 등이 자회사로 들어올 예정이다.

다만 최태원 회장 계열의 ㈜SK가 44.48%, SK케미칼이 28.2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SK건설의 경우 앞으로 어느 지주회사에 편입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SK케미칼은 지주회사 전환 준비의 첫 단계로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거나 매각하기로 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을 하면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나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일명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렇게 자사주를 전량 소각·매각하면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20.7%에서 22.5%로 높아진다.

SK케미칼은 자사주 13.3% 중 8.0%(193만여 주)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하고, 합병으로 취득한 나머지 5.3%(129만여 주)는 시장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투자 재원 마련, 재무구조 개선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인적분할 이후에는 주주 공개매수, 현물 출자 등으로 SK케미칼 홀딩스가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지주회사인 SK케미칼 홀딩스는 자회사들의 경영 평가와 투자 관리,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하고, SK케미칼 사업회사는 양대 사업축인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의 경영 효율성 제고에 주력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은 48 대 52다.

회사 측은 “이번 지주회사 전환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과 고부가 신규사업의 성과가 가시화함에 따라 각 사업회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10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1일자로 회사를 물적분할할 예정이다.

또 SK케미칼 사업회사를 앞으로 다시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으로 분할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지주회사 전환은 사업 전문성 제고와 경영 효율성 극대화 차원의 결정”이라며 “그룹 계열 분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창원 부회장이 관장하는 사업 영역이 독자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계열 분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그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을 맡고, 사촌인 최신원·최창원 형제가 각각 SK네트웍스와 SK케미칼 등을 책임지는 구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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