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은 인류발전의 핵심요소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다르기 위해 노력해야 발전

▲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

종의 번성을 뒷받침하는 기초는 유전적 다양성의 확보에 있다. 쉽게 말해 한 부모의 자손들이 서로 다른 성격일수록 비슷한 성격인 경우보다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다. 자연은 종의 유지관리에 너무나도 효율적이어서, 같거나 비슷한 성격의 개체들이 번성하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내외적 환경을 바꿔가며 선택하고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어떻게든 자신과 다른 DNA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꽃들은 벌과 나비가 묻혀온 타 군락 꽃가루로 수분이 되고, 다른 무리 출신 개체가 싸움에 이겨 사자집단의 새 우두머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여서 같은 성, 같은 본의 혼인을 금기시했고, 다른 마을 이성과의 혼인을 장려했다.반대로 동일집단내 개체간 결합을 통한 자손배출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유전병 발현과 면역력 저하 등 치명적 약점을 지니게 함으로써 도태된다. 인류역사에 근친혼에 의해 붕괴된 지배층이 여럿 있고, 근친교배로 유지되는 소위 ‘순종’ 애완견이 ‘잡종’에 비해 건강에 문제가 많은 점이 대표적 사례다. 이렇듯, 지구의 생태적 절대의지는 항상 다른 요소간의 융합과 새로운 개체의 번성을 지지하고 이끌어낸다.

문명사의 흐름 또한 ‘정-반-합’의 변증법적 틀을 통해 ‘다름’과 ‘새로운 요소’의 축적을 반복한다. 사회, 문화, 기술, 경제의 각 요소들은 마치 끊임없이 갱신되는 스포츠 경기의 기록처럼 늘 현재진행형이다.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사회관계망, 전지구적 트렌드로 나타나는 문화현상, 영역간 융합으로 변화량 증폭이 폭발하고 있는 기술과 경제의 현재 모습은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운 어떤 것’이 발전을 만드는 촉매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인류에게 ‘다른 어떤 것’ ‘다름’ ‘difference’는 진보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조사에서 늘 100%에 수렴하는 맹목적 긍정의 단어 ‘New’는 사실 ‘difference’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difference’에 대한 인식에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의외로 ‘다른 것’에 강하게 배타적이다. 왜일까? 나와 다른 것은 곧 적이라는 생존법칙수준의 방어논리탓이다. 이 논리를 확대 적용하면 집단이기주의가 되고 국가이기주의가 된다. 자연이 제일 싫어하는 획일성을 낳는 논리다. 나와 공동체를 병들고 도태되게 만드는 독소논리다. 벗어나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나를 해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스스로도 남과 다르기 위해 노력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혁신이 생명인 디자인의 세계에서 ‘다름’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좋은 디자인의 요소로 새로운, 남다른 콘셉트를 요구하는 수준은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다. ‘창작의 고통’이 필요한 영역들은 모두 ‘다름’을 기본으로 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름’이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영역에 국한된 요소라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인류사에 존재해온 수많은 연구자들이 기존의 가설과 법칙에 ‘다른 생각’을 갖지 않았다면 어떻게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러면 ‘다름’이 중요한 요소인 영역에 과학과 공학만 더하면 될까? 사실은 새로운 발견과 발명, 이치를 다루는 모든 영역과 사람들에게 ‘다름’은 필수요소다. 새로운 사업과 효율적인 시스템 개발에 골몰하고, 더욱 공정한 사회와 행정을 만들기 위해 ‘무언가 다른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자영업자, 사업가, 임직원, 연구자이며 공직자인, 사실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닌가?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익숙함과 결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대세를 따르지 말자. 헤어스타일부터 패션, 음식, 차량선택, TV프로그램까지 일상의 모든 것들부터 남들이 다하는 무난한 선택과 유행쫓기를 버리시라. 내가 튀어야 우리가 발전한다. 우리 모두가 가장 높이 사는 가치 ‘독창성’이 사실은 ‘다름’에 기초한 단어임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다름’을 인정하라.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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