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두평 남짓한 방이 줄지어 있는 옛 신진여인숙 내부 모습. 방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 위해 방문이 맞은 편 벽에 닿을 정도로 복도를 좁게 만드는 등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남구청, 도시재생사업 일환
장생포에 방치된 신진여인숙
레지던시·정원 등 활용키로
2018년 3월까지 4억4천만원 투입

1층은 ‘복합 커뮤니티 공간’, 2층은 ‘예술활동 공간 및 게스트하우스’, 3층은 ‘옥상정원’. 얼핏 들어보면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업가가 지은 멋있는 건축물이 연상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45년 전에 지어졌다가 지금은 방치되고 있은 울산 남구 장생포의 옛 신진여인숙 활용계획이다.

신진여인숙은 지난 1972년 9월26일 건축물 대장상 ‘경비용 숙소·합숙소’로 준공 승인을 받았다. ‘경비용 숙소·합숙소’라는 용도는 현재 건축물 대장상 사라진 명칭이지만 ‘숙박업’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남구청은 설명했다. 실제로 선원이나 인근 공장 직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인숙 건물 1·2층을 합한 면적은 187.1㎡(56평)이다. 1층에는 여인숙 객실 6개, 주거용 방 2개, 주방, 다락을 갖추고 있다. 2층은 한두평 남짓한 여인숙 객실 18개가 있다. 화장실과 욕실은 1·2층 외부에 각각 설치돼 있다.

남구청이 청년 창작자와 도시재생 관련 전문가 등과 머리를 맞댄 결과 여인숙 1층을 마을공방, 카페, 독립서점, 아트마켓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2층을 청년 창작자 예술활동 공간, 레지던시, 게스트하우스로, 옥상을 각종 공연이나 행사, 파티가 가능한 옥상정원으로, 앞마당을 전시 및 공연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민다는 기본 안이 세워졌다.

1972년 건립 이후부터 장생포 사람들의 소박한 애환이 깃든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오브제 파사드(objet facade) 사업 방식이다.

▲ 옛 신진여인숙 옥상에서 볼 수 있는 장생포 바닷가 모습.

벽돌로 쌓은 담벼락과 철제문, 빨간 페이트로 적힌 ‘여인숙’ 글자 등을 가능한한 보존한 상태로 보강·개선공사를 진행한다. 한두평 남짓한 방에 있는 110V 콘센트나 녹슨 형광등, 벽지 대신 붙어 있는 신문지,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간첩 구별하는 법 및 신고 요령, 숙박 요금표, 국회의원 사진이 붙어있는 달력 등도 최대한 보존한다.

다만 공간 활용도를 고려해 작은 방 사이 벽면을 트는 등의 인테리어 공사는 진행된다.

남구청은 여인숙에 대한 기록화 작업을 진행했고, 향후 장생포와 여인숙의 관련성을 소개하는 소토리텔링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여인숙에 남아 있는 옛 소품을 예술작품으로 제작, 이곳에서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퍼포먼스로 제작, 건물 전체를 하나의 작품화하기 등 문화·예술 관련자들의 제안에 대한 반영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남구청은 장생포 옛 여인숙 아트스테이 기본구상 수립 용역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기본 계획을 최종 확정한 뒤 내년 3월까지 총 4억40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 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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