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만드는 웃음치료사’ 김대화씨

▲ ‘자동차를 만드는 웃음치료사’ 김대화씨

“내인생 함축한 세단어
보훈가족·현대차·웃음치료사”

국가유공자 자녀로
28세 현대차 입사 기회 얻어
사내 보훈회 활동, 봉사 시작

노인·복지관련 자격증 취득
웃음치료사로 복지시설 순회
울산 전의경회 치안봉사에
의용소방대 구급반장 활동도

현대자동차 직원이자 국가유공자의 자녀, 즉 보훈가족인 김대화(43)씨는 자신을 ‘자동차를 만드는 웃음치료사’라고 표현한다. 그가 건넨 명함에도 이 문구가 떡 하니 박혀 있다.

그를 만난 지난 20일 울산 중구 성안동의 한 노인전문 요양병원. 30~40명의 어르신들이 2층 로비에 원을 그리듯 모여 앉았다. 곧이어 한 남자가 로비 중앙에 섰다. 김씨였다. 그는 인사를 시작으로 어르신들에게 ‘손으로 반짝 반짝 표현하기’ ‘나는 내가 정말 좋다고 외치며 박수치기’ 등의 율동을 시키고 입담을 뽐내자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금새 웃음꽃이 폈다.

간단한 놀이가 아니라 기본 운동에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높이기, 인지능력 키우기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웃음치료였다. 김씨와 함께 요영병원을 찾은 현대차 평일봉사단 기사모(기쁨과 사랑을 나누는 모임) 회원들은 어르신들에게 손발 마사지를 했다.

김씨의 인생 이야기는 ‘보훈가족’ ‘현대차’ ‘웃음치료사’ 등 3개 단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세 인쇄업체에서 영업일을 하며 팍팍한 삶을 살고 있었던 지난 2001년 김씨는 울산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본인 또는 자녀에게 주어지는 ‘채용지원’을 요청했다. 큰 기대 없이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뜻밖에 현대차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 등 채용 절차를 거쳐 2001년 현대차 직원이 됐다. 당시 나이는 28세.

▲ 자신을 ‘자동차를 만드는 웃음치료사’라고 표현하는 김대화씨가 울산 중구의 한 노인전문 요양병원에서 웃음치료를 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보훈가족이었기 때문에 입사의 기회가 생긴 김씨는 사내 보훈회 활동으로 봉사의 길에 첫걸음을 뗐고, 그로부터 1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전문 봉사자가 돼 있었다.

주간 1조 근무(오후 3시30분 퇴근) 땐 오후에, 주간 2조(오후 3시30분 출근) 땐 오전에 각각 짬을 내 봉사한다. 주로 오전에는 노인복지시설을, 오후에는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는다. 한 달에 거의 20차례 가까이 봉사활동을 다닌다.

김씨는 주로 경로당, 재가복지센터 등 어르신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주인공이 어르신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엔 실버레크리에이션지도자 1급과 노인체육지도자 1급 자격증을 땄다. 어르신들을 위한 자격증이어서 그런지 취득날짜도 5월8일 어버이날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울산시자원봉사센터가 진행한 ‘웃음치료 전문화교육’을 수료했고, 손발마사지 과정까지 이수하면서 웃음치료사가 되기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 앞서 2010년에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손에 쥐었다.

김씨는 “웃음치료사의 길을 걷게 된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며 “노인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고, 수고했다고 얘기해주면 힘든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노인 뿐만 아니라 다른 봉사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아동들을 위해 풍선아트, 전통놀이지도를, 취약계층을 위해 도배 기술을 각각 배웠다. 물론 곳곳을 다니며 실제 활용한다.

의경 출산인 그는 울산 전의경회에서 활동하며 치안 봉사 등에 나선다. 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 구조구급반장을 맡아 심폐소생술 홍보, 소화전 인근 불법주차 금지 계도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봉사활적 실적을 인정받은 덕인지 2014년 경찰의 날 감사장, 2015년 경우의 날 표창장, 2016년 북구청장 상패를 각각 받기도 했다. 보름 전에는 울산경찰청장 감사장도 받았다.

대외활동 만큼이나 회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2011년 현장경영상, 2016년 품질개선우수상을 받았고 지금은 현대차 울산5공장 기술파트장을 맡고 있다. 사내 보훈회(사무국장), 평일봉사단(총무), 마라톤동호회(회원) 등에서도 활동 중이다.

김씨는 “국가유공자의 자녀였기 때문에 현대차에 입사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았고, 이제는 내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려 한다”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심리치료 등도 공부해 웃음치료사의 능력을 넓혀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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