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복합쇼핑몰 ‘르네시떼’ 영업팀장의 딱한 사연

“끝까지 복직 안 시켜서 굶겨 죽일 생각인가 봅니다.”

부산 사상구에 있는 복합쇼핑몰 ‘르네시떼’ 영업팀장 김모(52) 씨는 요즘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닌다.

딸 셋과 부인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은 이미 쓸 수 있을 만큼 다 썼다.

김씨의 삶은 2015년 곤두박질쳤다.

유통업계 근무 27년, 르네시떼 근무만 17년 차로 매장 점주들과 오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사측에 점주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왔는데 3년 임기로 초빙된 대표이사의 눈 밖에 나면서 인생은 꼬였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는 그해 10월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입점한 점포 중 한 곳이 장기간 관리비를 면탈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는데 이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을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관리비를 걷는 주무부서인 경리팀장은 감봉 2개월의 조치에 그쳤는데 주무부서도 아닌 영업팀장 김 씨에게는 정직 3개월의 가혹한 징계가 내려졌다.

김씨는 사측에 형평에 맞는 징계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부산노동위원회(이하 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심판을 거쳐 징계가 부당함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판정이 나도 회사는 정직 3개월을 2개월로 줄이기만 했을 뿐 형평에 맞지 않는 징계를 고집했다.

다시 부노위에서 심판이 열렸고 징계의 부당함이 재차 확인됐다.

명예회복을 기대하던 김씨를 기다린 건 해고 통지서였다.

김씨가 사측과 관리비체납 소송이 진행 중인 점포주인을 만났고, 관리비를 반으로 낮춰주는 배임을 했다는 터무니없는 사유였다.

부노위와 중노위에서 잇따라 심판이 열렸고 해고의 부당함이 드러났다.

중노위는 “관리비가 낮춰진 것은 변호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단기 소멸시효 때문이고 영업지원을 하는 영업팀장이 상가 내 상인을 만난 사실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면서 “징계절차의 정당성이나 적정성은 살펴볼 필요도 없이 부당한 징계”라고 결정서에서 밝혔다.

사측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사유를 들어 김 팀장이 복직하기도 전에 다시 해고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올해 5월 부노위 판정에서 부당함이 밝혀졌다.

김씨는 22일 “이달 말 중노위 최종 심판이 또 있을 예정”이라면서 “복직을 거부해 굶겨 죽일 작정으로 시간을 끌면서 노동위 판정도 무시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민·형사 소송으로 사건을 해결할 방법도 조언받았지만 소송만은 피하고 싶다고 말한다.

김씨는 “민사 소송비용은 결국 상인들이 납부하는 관리비에서 나가게 된다”면서 “상인들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관리비가 엉뚱하게 소송비로 새 나가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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