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스파이’ 드로즈도프 91세로 사망, 對서방 비밀공작 총 지휘

▲ 소련 정보기관 KGB의 드로즈도프 국장.

냉전 당시인 1979년 반소(反蘇)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서방을 상대로 한 장기 비밀공작을 총지휘한 옛 소련 정보기관 KGB의 해외공작 총책이 사망했다.

워싱턴 포스트(WP), 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은 1979년부터 소련 해체 직전인 1991년까지 KGB의 해외비밀공작 기구인 ‘S국’의 수장을 지낸 유리 이바노비치 드로즈도프 예비역 소장이 21일(현지시간) 9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KGB 후신인 러시아 대외정보국(SVR)도 사망 사실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1925년 민스크에서 태어난 드로즈도프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며, 독일어 실력을 인정받아 1956년 KGB에 들어가 본격적인 정보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첫 부임지로 동독에서 근무한 그는 1960년대 베를린을 통한 스파이 교환 공작에도 간여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201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에서 소련 측 요원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 아프간에서 출동 준비 중인 옛 소련군 특수부대.

드로즈도프의 가장 큰 성과는 ‘흑색 요원’(black agents)들을 통한 대(對)서방 비밀공작이다.

성직자, 영화배우, 문학가 등으로 철저히 위장한 비밀공작원들은 정치와 군사 분야는 물론이고 연예와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주요 인사 암살과 테러조직과의 연계공작 등의 위험성이 큰 추악한 임무도 수행했다.

드로즈도프가 S 국장에 취임 직후 수행한 대표적인 공작은 1979년 12월 24일 하피줄라 아민 대통령의 아프간 정부 전복 공작이다.

소련의 경고에도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려던 아민을 제거해 새로운 친소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이뤄진 이 공작은 43분 만에 KGB 공작원과 특수부대(스페츠나츠)원 등 55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공작 성공 직후 드로즈도프는 당시 KGB 수장이던 유리 안드로포프에게 자체적인 특수부대 발족을 건의했고, 이 결과 이듬해 ‘빔펠’(Vympel)이 탄생했다.

빔펠은 이후 아프간과 체첸에서 반군 지휘부 제거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서방에서도 소련에 반대하는 인사들 암살 등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