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형 교수 등 공동연구팀
“미토콘드리아 망가뜨려 암세포 파괴
약물치료와 달라…난치성 암 치료로”

▲ 자기조립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치료 모식도

새로운 암 치료법이 개발됐다. 암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려 암세포를 자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UNIST 자연과학부 화학과 유자형 교수팀은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곽상규 교수팀,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이은지 교수팀과 공동으로 암세포 미토콘드리아 안에서의 합성 펩타이드 자기조립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기존 암 치료는 수술을 통해 암 조직을 제거한 뒤 화학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화학 약물을 계속 투여하다 보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암세포에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화학약물로 암을 억제하기 어렵다.

▲ 최근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한 공동연구팀의 모습. 앞줄 왼쪽부터 김인혜 연구원, M.T. Jeena 연구원, 유자형 교수, 고은민 연구원, 이은지 교수, 뒷줄 진선미 연구원, 곽상규 교수.

유자형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분자의 자기조립(self-assembly)’을 이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암세포 내부에서 스스로 뭉친 분자들이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특히 세포 소기관 중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삼고 이를 파괴할 자기조립 물질을 합성했다. 세포 내 에너지 공장으로 알려진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리면 암세포도 사멸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합성한 물질은 트리페닐포스포늄(triphenylphosphonium)을 연결한 펩타이드이다. 이 트리페닐포스포늄 펩타이드는 세포 밖에서 자가조립하지 못하고 분자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 분자가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 쌓이면 그 농도가 수천배 높아진다. 이때 분자들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면서 자가조립해 나노섬유 구조를 만든다. 분자 하나가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끼치는 영향은 적지만, 분자 수백 또는 수천개가 모여 만든 나노섬유 구조의 영향력은 매우 커서 미토콘드리아 막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던 단백질들이 세포질로 나오면서 암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화학 약물치료와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내성을 이겨낼 수 있다”며 “난치성 암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UNIST 자연과학부 이현우 교수와 생명과학부의 배성철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지원은 한국연구재단과 UNIST 미래전략지원과제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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