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폐로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지역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울산·부산·경북의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인식되는 원전해체산업 선점을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가 최우선으로, 원전해체센터 유치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 해체 대상인 고리 1호기가 지역내에 있다는 논리로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며, 경북은 원전 해체에 수반되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이 확보돼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울산은 원전해체와 관련된 전국 최고 수준의 산학연 인프라를 강점으로 꼽고 있다.

울산의 경우 원전해체센터의 실증·산업화 역량과 연계된 산업인프라와 인적자원이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산업의 원전해체 기술 관련 기업이 1000개 이상 소재하고 있으며,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KINGS(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등 우수한 전문교육기관이 입지해 있기 때문이다. 또 유치의 필수 조건인 3만3000㎡ 규모의 부지와 47만명에 달하는 서명으로 주민수용성을 일찌감치 확보, 범 시민적 동의를 통해 국내 원전해체산업을 주도할 준비도 돼 있다.

울산시는 23일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기획 TF’를 발족한다. 오규택 경제부시장을 총괄로 한 TF에는 울주군, 울산테크노파크, UNIST, 울산대, 상공회의소,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유치의 당위성 및 논리 개발, 협력네트워크 구축, 유치 분위기 조성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다. 유치 논리 개발을 위해 울산지역 연관산업 실태조사와 입지타당성 분석 등에 착수하고, 원전해체 관련 국제협력사업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7월께는 원전 해체 관련 업체들과 학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원전 해체기술 연구 세미나를 연다. 또 지난해 말 정부의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된 UNIST와 함께 원전해체 안전성 평가, 폐기물 처리, 해체 부지 복원 등 특화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한일 원전 해체 공동 연구센터’ 설립 협의도 구체화하고 있다.

울산시민의 94%가 원전 반경 30㎞ 내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면서 원전 입지에 따른 수혜는 받아본 적 없다. 이웃한 부산 기장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중입자자속기, 수출형 신형원자로 사업, 경북 경주에는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한수원 본사 등의 혜택이 있었지만 울산에 돌아온 것은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최고도시’ ‘위험한 도시’라는 오명뿐이다. 그나마 원전해체센터만이라도 울산에 유치되길 바라는 시민적 열망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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