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과 정성을 쏟아야 곧게 성장
텃밭을 가꾸는 농부의 심정으로
노사 상생관계 발전 머리 맞대야

▲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자식농사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마음대로 안되는게 자녀양육이다. 먹는 것, 입는 것은 물론이고 공부와 진로는 더 더욱 그렇다. 성적도 좋고, 말도 잘 듣고, 올곧게 자라길 바라지만 그것은 부모의 마음뿐이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다. 그런다고 자녀를 포기하거나 버리는 부모는 없다. 싫든 좋든 자녀양육은 부모로서 책임이고 의무이기 때문이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애정으로 보살피고, 정성으로 키우면 농작물은 농부의 기대와 바람대로 결실을 안겨준다.

필자도 조그만 텃밭을 가꾸고 있다. 농사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송구한 이야기지만 농부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 매일 농삿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텃밭에 가보면 왜 농작물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틈날때마다 솎아내도 잡초는 온 밭을 점령할 정도로 무성하다. 그럼에도 잡초를 제거하고 나면 농작물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뭄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폭우를 이겨내고 무럭무럭 자란다. 그래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농사다.

농사는 농부의 노력이 절반이라면 하늘의 뜻이 절반이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텃밭을 가꾸며 절감하고 있다. 가뭄으로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볼때면 가랑비라도 내려주길 바라지만 희망과 달리 가랑비가 아니라 폭우가 쏟아지면 하나의 걱정이 사라진 자리에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스며드는 것이다. 우박이 쏟아지는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해 농사가 한마디로 쑥대밭이 되는 셈이다.

농사는 그 모든 것을 감안해야 한다. 감안은 해야 하지만 막상 닥치면 쉽게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이다. 텃밭을 가꾸며 자식농사가 어렵다는 말을 다시금 곱씹어본다. 자식을 키우는 일과 농사를 짓는 일은 다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역설적으로 또 다른 결론을 낸다면 자식과 농사처럼 애정과 정성을 다하면 올곧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지금 울산이라는 텃밭도 예기치 않은 가뭄과 폭우라는 위기와 시련에 직면해 있다. 동해안의 조그만 마을에서 세계적인 산업수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울산은 황무지에서 옥토로 바뀌었지만 다시 옥토가 황무지로 변할 위험에 놓여 있다.

울산을 먹여 살린 산업현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요란한 엔진소리와 기계음 대신 고요한 적막감에 휩싸인 기업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괜찮던 기업들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농성과 투쟁의 구호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노동자는 노동자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말과 말이 부딪치는 갈등과 대립의 소음만이 어렵고 힘든 울산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감히 부탁드리자면 텃밭을 가꾸는 농부의 심정으로 현실을 냉정히 직시해주길 바라고 싶다. 기업이 하는 일과 농삿일을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애정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다르지 않다. 회사는 노동자를 배려하고, 노동자는 회사를 이해한다면 대립과 갈등의 간극은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농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잡초를 제거해야 하지만 노사는 농작물과 잡초의 관계가 아니다. 어쩌면 노사는 씨앗을 뿌려야 하는 밭이고, 그 밭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하는 작물로 ‘윈윈’하는 상생의 관계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노사가 힘과 지혜를 모아 기업이 잘되면 울산도 재도약하고, 시민들의 삶도 한층 더 풍성하고 윤택해질 것이다. 농부만큼은 아니지만 텃밭을 가꾸는 농부의 심정으로, 울산을 지극히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필자는 울산의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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