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비롯해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전원 유죄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된 ‘정유라 특혜 비리’ 사건의 1심 재판에선 선뜻 이해하기 힘든 증언과 주장들이 쏟아졌다.

‘특혜의식’에 빠져있던 최씨가 정씨의 스승들에게 퍼부은 ‘막말’은 물론 사회의 본보기가 돼야 할 교수들 사이에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서로를 헐뜯는 말들까지 쏟아져 지켜보는 이들이 혀를 차게 만들었다.

24일 그동안의 재판 기록에 따르면 법정에서 드러난 최씨의 안하무인격 행태는 말 그대로 ‘입을 떡 벌리게’ 했다.

정씨가 다닌 청담고의 체육 교사 A씨는 증인으로 나와 2013년 4월 말께 최씨에게 “정유라가 대회 출전 연 4회 제한으로 더는 출전이 어렵다. 정 그러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최씨가 화를 내며 “나이도 어린데 시건방지게 말대꾸냐”라고 폭언했다는 진술도 곁들였다.

A 교사의 이 같은 증언을 듣고 있던 최씨는 곧바로 “선생님도 성격이 까탈스럽고 젊은 선생님답지 않게 학부형에게 하대했다. 본인 성격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이며 역공에 나섰다.

최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정씨의 이화여대 지도교수와도 설전을 벌였다.

함모 지도교수가 정씨를 가리켜 “제적 대상”이라고 언급했는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던 때였다.

최씨는 “교수님이 얘(정유라)가 학사경고 3번 받아서 제적 대상이라고 얘기했어요, 안 했어요”라고 따지고 들었다. 참다못한 함 교수가 “진짜 거짓말 잘하신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최씨는 “저도 교수님 같은 분은 처음 본다”고 쏘아붙였다.

최씨는 과거 함 교수에게 “네가 뭔데 우리 딸을 제적시킨다는 거냐. 고소하겠다”고 말하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도 조사된 바 있다.

막말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 입에서도 여과 없이 튀어나왔다.

정씨에게 학사 특혜를 준 공범으로 기소된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과 소설가로도 활동해온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의 법정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류 교수는 김 교수가 지난해 3월 “정씨의 학점·출석 편의를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고, 학사 편의 문제가 불거져 감사를 받게 되자 “내가 정유라를 봐달라고 한 게 아니라 체육특기자 일반을 봐달라고 한 것으로 말해야 둘 다 산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를 듣던 김 교수는 “선생님이 소설을 쓰는 건 알지만, 어떻게 없는 얘기를 만드느냐”고 류 교수를 비난했다.

류 교수도 이에 “학장님도 교수냐. 이화에 와서 모셨던 선생님은 다 선량한 분들이었다. 이 마당에 이렇게 부인하셔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류 교수는 이날 김 교수를 가리켜 “밑의 사람한테 죄를 전가하고 이렇게 뻔뻔스럽게 하실지 몰랐다”는 말도 남겼다.

누가 ‘소설’을 썼는지는 구체적으로 더 규명되지 않았지만 1심 재판 결과는 김 전 학장이 징역 2년, 류 교수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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