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니던 길, 겉보기에 멀쩡했던 도로가 갑자기 푹 하고 꺼진다면 어떻게 될까. 자칫 대형 참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황당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일명 싱크홀, 땅 꺼짐 현상이 울산 도심 도로에서 발생해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5일 새벽 0시30분께 동구 서부동 솔밭삼거리 방어진순환도로(왕복 4차선·현대백화점~남목삼거리 방면)에서 지름 약 6m, 깊이 2m 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천만다행으로 최초 신고자의 신속한 조치와 경찰·행정기관의 발빠른 대응으로 인명피해 등 추가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었지만 싱크홀 발생 자체가 주는 공포감 확산으로 시민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이번 싱크홀 발생은 울산시가 도심 싱크홀 예방을 위해 지반탐사사업을 실시해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한 지 두달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언제 꺼질지 모르는 도로를 달려야 하는 두려움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도로 ‘싱크홀’ 예방을 위한 지반탐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시종합건설본부를 통해 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3월부터 침하가 우려되는 주요 간선도로 4개 노선(번영로, 대학로, 삼산중로, 덕신로)과 국가산업단지 3개 노선(장생포로, 방어진순환도로, 염포로) 등 7개 노선 16.25㎞(양방향 2차로 총 65㎞)를 탐사했다. 그 결과 방어진순환도로(오지벌사거리) 일원 도로 지면 25㎝ 아래 각각 지름 50㎝ 크기의 동공(洞空·아무것도 없이 텅 빈 굴) 2곳과 대학로(신복로터리), 염포로(율동마을 교차로) 일원 함몰 2곳을 각각 확인, 긴급 복구했다. 시는 또 지난 2015년, 2016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한국시설안전관리공단에 의뢰해 실시한 남부순환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 대한 지반탐사에서는 동공이나 함몰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싱크홀을 막아 교통사고 우려와 시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과연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전국적으로 한해 평균 1000건 이상의 싱크홀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절반 이상이 낡은 상·하수도관 탓으로, 오래된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새어나와 주변 토사를 쓸고 나가면서 땅 속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로 울산에서 발생한 싱크홀도 지난 2000년대 초반 매설한 노후 오·폐수관(지름 1.2m)에서 균열이 발생, 물이 새면서 지반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후 오·폐수관을 중심으로 한 지반탐사사업 확대부터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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